[씨네스코프]
격돌! 여의사 vs 남형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촬영현장
2005-08-01
글 : 오정연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엄정화·황정민 커플 촬영현장

“암튼 애들은 뭘 보면 따라하게 돼 있어요. 걔네는 뇌 구조가 그렇게 돼 있어.” “내가 신경정신과 의사예요. 뭐가 근거도 없이 뇌 구조가 그렇고 뭐가 보면 그런 심리가 생겨?” 지난 7월8일 인천방송국 스튜디오. ‘영상매체와 범죄심리’에 대해 토론하는 시사토론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대립이 점점 흥미진진해져간다. 범죄를 다루는 영화는 무조건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핏대를 올리는 강력반 나 형사(황정민)와 영화가 현실을 모방하는 것일 뿐이라며 따지고 드는 정신과의사 유정(엄정화). 절대 큰소리 내지 않으면서 슬쩍 반말을 섞는 유정 때문에, 얼굴까지 시뻘게져 말이 꼬이던 나 형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에이, 나 안 해!” 애정에 있어서 당당한 유정과 일대일로 여자를 만나면 꼼짝도 못하는 숫총각 나 형사는 그렇게 첫 대면을 가진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일곱 커플 중 최강의 입심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만남. 길고 복잡한 대사를 정교한 타이밍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만큼 몇번의 대사 꼬임은 기본이다. 그러나 테이크를 더할수록 두 배우와 감독이 생각한 어떤 리듬은 자리를 잡아간다. 그로부터 4일 뒤. 강남의 한 고깃집에선 유정과 나 형사의 후반전이 한창이다. 토론프로그램이 끝난 뒤 출연자들끼리 뒤풀이를 진행하는 자리.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정의 시비걸기에 걸려든 나 형사, 급기야 차고 있던 권총까지 꺼내놓으며 소동을 부린다. 아무래도 이 남자, 맘에 들수록 홀대하고 괴롭히면서 간을 볼 것 같은 이 여자에게 단단히 찍힌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몇 시간, 실제로는 불과 며칠이 흘렀을 뿐인데, 두 배우의 치고받는 연기는 한결 맛깔스럽다. 밀고 당기는 둘의 관계 역시 영화 속에서 어느새 가까워질 것이고, <내 생애…>의 다른 커플들도 조금씩 달라진 관계를 선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곱 커플이 일주일 동안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의 크고 작은 기적을 묘사할 이 영화의 제작은, 일곱개의 장편영화를 한꺼번에 만드는 것과도 비견할 만큼 복잡하다. 4년여 전, 영화학교 친구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공동연출하며 충무로에 입성한 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민규동 감독의 인상이 왠지 창백해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른 커플들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남은 유정과 나 형사의 관계를 이제 막 시작한 시점이지만, 길었던 촬영도 어쨌거나 이젠 끝이 보인다. “신인들과 데뷔작을 찍을 때는 처음이었기에 편했다. 지금은 배우가 여럿이어서 힘든 점도 있지만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보니 많은 도움이 된다”며 두 번째 작업을 회고한 그는 이날 함께하지 않았지만 엄연한 주인공인 임창정, 김수로, 주현, 오미희 등 다른 배우들을 잊지 않았다. 평범하고 지루하게 순환되는 일주일.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 짧은 순환 속에서 <내 생애…>의 열명 남짓한 주인공들은 어떤 빛깔의 행복을 발견할까.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기에 더욱 의미있다는 그 행복은 오는 9월 말,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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