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머리채에서 스며나오는 은밀한 공포, 원신연 감독의 <가발>(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 제공 CJ엔터테인먼트)이 8월1일 월요일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주연배우인 채민서, 유선, 문수와 함께 무대인사에 참석한 원신연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자극적이라기보다는 클래식한 공포”를 연출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민서의 삭발연기, 유선의 침묵연기로 관심을 끌었던 <가발>은 누군가의 절실한 한을 품은 가발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자매의 애증에 초점을 맞춘 작품.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동생 수현(채민서)을 극진하게 간호하는 지현(유선)이 동생에게 탐스러운 가발을 선물하면서 시작하는 비극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끔찍한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지현의 남자친구 기석(문수)에게 수현이 접근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급박한 후반작업 일정 때문에 “완성된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라는 세 주연배우와 감독은 영화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슬픈 공포를 만들었는데, 별로 안 슬프게 표현된 것 같다”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원신연 감독. 그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지현이 보인 극단적인 선택이 잘 설명되지 않는 듯 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좀 더 쉽게 관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욕망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에게 몰입했던 촬영 당시가 떠올라 눈물을 흘렸다는 유선은 “대사가 없기 때문에 감정이 얼마나 전달됐는지 알 수 없었고, 감독님께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7,8시간에 걸친 특수분장으로 1인2역을 연기했던 채민서는 “(분장을 한 뒤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듯, 왠지 징그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동작까지 신경을 썼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까다로운 역할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자장가> <빵과 우유> 등의 뚝심있는 독립단편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린 원신연 감독의 장편데뷔작 <가발>에는, 자칫 장르의 법칙에 묻힐 수 있는 공포영화에 남다른 개성을 담으려했던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핏빛을 배제한 검은 공포, CG에 버금가는 특수분장 효과, 귀를 찢는 비명이 아닌 침묵의 외침 등을 통해 색다른 공포를 선보이겠다는 야심이 그것. 그 목표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온전한 소통에는 미진한 부분이 존재했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다.
바쁜 개봉일정으로 인해 기자시사 때까지 완성된 사운드를 선보이지 못했던 <가발>은 8월12일 개봉시점까지 막판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