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남극일기> 비흥행작 답지 않은 고퀄리티 타이틀
2005-08-02
글 : 한청남

100만 관객.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나 <태극기를 휘날리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왜소한 수치다. 게다가 어지간한 코미디 영화도 2~300만은 너끈히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내세울만한 기록도 못된다. <남극일기> DVD의 음성해설에서 배우 송강호가 말하는 “100만 관객”이라는 표현은 분명 흥행 실패작을 뜻한다. 9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남극일기>는 적어도 300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작품의 DVD를, 그것도 애써 힘들게 영화를 만든 이들의 자조 섞인 음성해설과 함께 보는 것은 때로는 고역이지만 <남극일기>의 그것은 마치 성공한 탐험대의 후일담을 듣는 것처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첫 번째 음성해설에는 임필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유지태 등이 참여했는데, 고된 촬영을 통해 실제 탐험대 못지않게 결속을 다진 그들은 우스개 소리와 함께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흥행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있는 목소리여서 듣기에 부담이 없는 해설이다. 특히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했던 부분들(얼음 속의 눈이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손 같은)에 대한 궁금증도 빠짐없이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다소 모호했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극장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볼 것을 권한다.

임필성 감독과 정정훈 촬영감독 등이 참여한 두 번째 음성해설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영상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 또한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배우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흥행결과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해설이다. 러닝타임 40여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에는 배우들의 훈련과정에서부터 악전고투의 촬영현장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세계적인 탐험가 박영석씨가 배우들에게 지도하는 모습이나 촬영현장을 찾은 뉴질랜드 수상의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감독의 해설이 함께 하는 삭제장면과 배우 및 스탭들의 인터뷰 모음, 콘티 영상 등의 부가영상도 충실히 담겨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남극일기> 만의 특별한 부록이라면 최근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대표 감독들의 인터뷰를 모은 ‘남극을 보는 4가지 시선’이다. 김지운(달콤한 인생), 류승완(주먹이 운다), 봉준호(살인의 추억), 정윤철(말아톤) 감독이 연출자의 입장에서 각자 영화에 대해 소감을 밝히고 있는 부가영상으로 평론가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영화의 세세한 부분들을 집어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던 임필성 감독의 단편 영화 <소년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록.

본편의 화질과 음향은 할리우드의 레퍼런스급 타이틀에 준할 만큼 뛰어난 수준이다. 극장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남극의 초현실적인 풍광과 압도적인 사운드를 2.35:1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EX 음향에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개봉 당시 완성도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작품이 이번 DVD를 통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필성 감독
제작 현장
CG 제작과정 소개
봉준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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