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의 비밀]
<남극일기> 수원에서 만든 크레바스
2005-08-04
글 : 한청남

첨예하게 의견 대립을 하던 부대장 영민과 부대원 성훈이 마침내 몸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둘이 있던 곳은 얇게 덥힌 눈 아래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 크레바스 위. 결국 성훈은 크레바스 아래로 떨어지고 대원들은 합심하여 그의 생명줄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들 뒤에서 거대한 블리자드가 몰아쳐오고 있었으니….

영화 중반에 벌어지는 최대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긴장 관계에서 발생한 서스펜스가 절체절명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관객을 압도하는 명시퀀스다. 임필성 감독을 비롯해 정정훈 촬영감독, 황인준 미술감독, 정성진 CG 감독이 참여한 DVD 속 음성해설에서 이 장면의 비밀을 밝히고 있는데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무비매직’이라는 표현이 실감이 난다.

이 시퀀스는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 군데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것을 편집한 것이라고. 실감나는 배경을 얻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찍은 촬영분과 디테일한 장면을 위한 양수리 종합촬영소 촬영분, 그리고 크레바스 내부의 모습을 특수 촬영한 수원 실내 세트 장면을 교묘히 합친 것이다. 여러 장소에서 찍었기 때문에 영상의 톤이 불균질할 수 있었으나 ‘디지털 색보정’이라 불리는 DI(Digital Intermediate) 작업을 통해 그것을 일정하게 맞춤으로써, 완성된 결과물은 스탭들조차 그 흔적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그러니 관객들은 오죽하겠는가).

CG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모습
수원 실내 세트에서의 촬영 모습

대원들을 덮치는 블리자드는 100% CG로 만들어졌는데, 7개월간의 조사와 테스트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각각의 눈입자에 부피와 무게 등의 변수를 적절히 입력하여 실감나는 눈보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제작진들이 밝히는 옥에 티가 하나 있다. 거대한 눈보라 앞에서도 대원들이 별로 휘청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시 빡빡한 뉴질랜드의 촬영 스케줄에 시달리던 임필성 감독은 눈보라가 이토록 압도적인 규모로 나올 줄은 모르고 적당한 선에서 연출했다며 자신의 실수임을 털어놓고 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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