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장가의 침체는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지난 7월 마지막 주 극장 매표 수익이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미국 전역의 극장이 벌어들인 입장 총수익은 1억1210만달러. 이같이 저조한 성적은 올해 들어 입장 총수익 최저를 기록했던 5월 둘쨋주말 이후 처음이다. 코믹스 원작 블록버스터 <판타스틱4>가 5606만달러의 오프닝으로 찬바람을 몰아낸 지 3주 만에, 미국 극장가의 흥행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말 할리우드 극장가에 가장 충격을 준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제이미 폭스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스텔스>.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1억2천만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올 여름 기대작 <스텔스>는 1350만달러의 수입으로 박스오피스 4위에 데뷔하는데 그쳤다. <스텔스>를 누르고 1위에 오른 영화는 오언 윌슨과 빈스 본 주연의 R등급 코미디 <웨딩 크래셔>. 개봉 3주차에 이르러 주말흥행 톱에 오른 <웨딩 크래셔>의 주말 3일간 성적은 그러나 고작 2050만달러. 2위인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164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커트 러셀 주연의 가족영화 <스카이 하이>는 1460만달러로 3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수위에 머무른 영화의 입장수익이 모두 2천만달러 이하에 머문 셈이다.
이로서 미국 극장가의 침체는 비연속적으로 21주째를 기록하게 됐다. 20주째까지 연속적인 침체기에 있던 극장가를 잠시 구원했던 영화는 <판타스틱4>와 그 다음주 5617만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낸 <찰리와 초콜렛 공장> 두편뿐이다. 3월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흥행 하향세를 <스타워즈 에피소드3…> <배트맨 비긴즈> <우주전쟁> 등도 막지 못한 것. 7월 넷쨋주말에 개봉한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는 1240만달러라는 저조한 오프닝 성적을 냈다.
<스텔스> 개봉주인 지난 주말 <LA 타임스>는 흥행 침체와 관련해 상당한 분량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5개월간의 흥행 하향 그래프, 상반기 기대작들의 저조한 성적,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입장과 대처 등을 자세히 다룬 이 기사에서 <LA 타임스>는 “박스오피스는 슬럼프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냥 죽 미끄러지고 있다. 영화산업이 원래 주기를 탄다”고 장기 침체에 관한 덤덤한 분석을 내놓았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빨라지는 DVD 출시와 유료케이블 시장의 확대 등을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LA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