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25시]
헐렁하지 않게, 갑갑하지 않게, 촬영감독 김윤수
2000-01-18
글 : 이영진
사진 : 정진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판타지면서 르포다. 충분한 사전 인터뷰 결과이기도 하지만, 소녀들의 나풀거리는 치마를 쫓아 재잘거림을 노출시킨 일등공신은 카메라였다. 날렵한 신인감독 둘의 보폭에 지치지 않을 정도라면 김윤수(38)촬영감독 역시 또래 신인이 아닐까 하지만 그는 이미 세편의 장편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과 달리 정해진 콘티 없이 현장에서 세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힘들었다. 9시간짜리 버전을 포함해서 편집본이 19개니 엄살은 분명코 아니다. “감정선을 따라 계속 핸드헬드로 찍는다는 게 쉽지 않더군요. 나도 구세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그만큼 자유롭게 카메라를 돌려봤으니 좋은 경험 했지요.” 손이 많이 갈수록 애착의 지문은 많이 남는 법. ‘튀지 않으면서도 색감이 죽지 않게끔 애쓴’ 옥상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헐렁하지 않고 갑갑하지도 않은’ 타이트한 장면을 최상으로 꼽는 김윤수 촬영감독의 데뷔작은 97년 <미스터 콘돔>. 평균 컷 수가 4∼5백 정도인 코미디 장르의 통념을 깨고 싶어 2백 컷 정도에 주로 롱테이크를 시도했다. 관객의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막으려고 좁은 공간에서도 이동차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배우와 스탭들의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필수다. 그는 ‘10년 동안의 현장경험이 없었다면 그런 요령을 제대로 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렸을때부터 손재주라면 자신있었던 그는 좋은 스피커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택했지만 정작 그의 손을 잡아끈 건 사진이었다. “사진 찍으면서 렌즈와 일찍 친해질 수 있었던 게 후에 영화작업 하는데 쏠쏠한 도움이 됐다”. 영화판에 발을 적신 후로 정광석 기사 밑에서 쭉 일을 배웠다. 데뷔할 무렵 찍은 김진한 감독의 <햇빛 자르는 아이>는 촬영의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단편 영화. 정작 본인은 카메라가 주시해야 할 첫 번째 피사체는 감독의 느낌이라며 모든 공을 감독의 철저한 준비로 돌린다. 김진한 감독과는 <그대 안의 블루> <런 어웨이> 작업 때 촬영부 제1조수와 연출부로 인연을 맺은 사이.

화려하고 요란한 장면은 오히려 쉽다는 김윤수 촬영감독이 첫손에 꼽은 작품은 ‘우중충한 분위기를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몰고 간’ <쎄븐>이다. 두 사람 다 성급했던 탓에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미스터 콘돔> <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과는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어 한다. 영화 <해변으로 가다>의 촬영을 맡아 장소를 헌팅하러 다니는 그는 2월 말이면 아마도 남도의 상주 해수욕장에 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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