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에 <바틀 로켓>을 봤을 때의 서늘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웨스 앤더슨이 미국영화를 구원할 존재로 보였다. 그런데 이후의 그는 1960년대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1990년대의 아이처럼 정체된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고, 전작에 이어 화려한 스타를 동원해 만든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도 언뜻 보기엔 마찬가지다. 동화와 팝이 뒹구는 뚱딴지 같은 세상은 기발함을 더한 대신 영감이라곤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뒤로 가면서 앤더슨의 <노인과 바다>로 완성된다(앤더슨의 미니멀한 세계와 <노인과 바다>의 간결한 문체도 비슷하다). 죽음과 상실 그리고 허무의 끝에서 주인공 지소는 패배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람 사이의 우애를 얻는 인물로 거듭난다. 니코를 탐하던 그가 새로이 낭만적 색채를 입힌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도 이채롭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틀 로켓>을 재연한 앤더슨은 초심을 잃지 않은 채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희망을 쉽게 버릴 순 없다. 해양탐험과 영화제작을 겸하는 스티브 지소팀의 모험담 <스티브…>가 극장개봉 없이 DVD로 소개됐다. DVD는 예쁜 그림 메뉴와 안정적인 영상과 소리를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브에나비스타와 크라이테리언이 공동 제작한 DVD를 따른 가운데, 부록은 일부만 가져왔다. 감독, 작가는 각본을 썼던 식당에서 음성해설을 진행했으며(주변 소음이 압권이다), 그외 ‘촬영장에서 만난 스타들’, 삭제장면이 제공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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