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일교포 인기 성우 박로미 인터뷰
2005-08-12
글 : 한청남

인기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DVD 발매 및 팬미팅을 위해 내한한 재일교포 성우 박로미가 12일 삼성동 코엑스 컨퍼러스 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경쟁이 치열한 일본 성우계에서 재일한국인으로서 당당히 활약 중인 그는 지난 2004년 일본 애니메이션 최대의 화제작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에드워드 엘릭 역을 맡아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기 성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라카와 히로무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강철의 연금술사>는 연금술을 소재로 한 판타지 모험극이면서도 전쟁의 비극과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해 묻는 진지한 내용의 애니메이션. 이 작품에서 박로미는 비록 어린 소년이지만 과거의 비극으로 인해 무거운 업보를 짊어진 캐릭터를 당찬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애니메이션이나 DVD 관련 매체 외에도 여러 언론사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또 다른 한류붐을 예고하는 박로미의 행보에 많은 관심들을 나타냈다. 박로미 역시 그런 관심에 쾌활한 미소로 반응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하는 간담회장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성우가 된 계기는?

연극하다가 우연히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에게 발탁됐다. 그 분을 통해 <브레인 파워드>로 데뷔하게 됐고 <턴에이 건담>의 로랑 역을 거처 지금에 이르게 됐다. 토미노 감독은 <브레인 파워드> 때부터 소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본인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것 같다.

연극무대와 성우활동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연극과 비교해서 목소리 연기만의 매력이 있다면?

재일한국인으로서 자라오면서 한국과 일본을 따로 분리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연극과 성우 역시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두 직업 모두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연극은 몸을 함께 움직이고 또 상대를 마주보고 연기하지만 목소리만 내는 성우는 아무래도 상상력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 목소리란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영혼의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만일 거짓으로 연기한다면 바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삶과 연관된 진실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 외에 최근 출연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우에키의 법칙>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우에키 역을 맡고 있으며, 낭독극 <전차남>에서 ‘전차남’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에도 연극무대에 출연할 예정이다.

주로 남자(소년) 역할을 맡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 성격이 남자 같아서 그런 배역을 주로 맡는 것 같다. 목소리도 허스키한 편이고 개인적으로 연기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소년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우 입장을 떠나서 <강철의 연금술사>란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슴이 떨릴 정도로 푹 빠진 작품이다. 다큐멘터리가 전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애니메이션은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아픔 등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어 아이에서부터 어른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한 부분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혹시 <강철의 연금술사> 한국어 더빙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직 못 들어봤다. 기회가 있으면 꼭 들어보고 싶다. 제 역할을 대신 맡았던 성우분과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

작품 중에 ‘등가교환’이라든지 ‘연성’ 같은 어려운 용어들이 자주 나온다.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은 없는가?

물론 그런 말들이 어렵기는 하지만 사실 가장 발음하기 힘든 말은 ‘연금술사’에서 ‘술사’라고 하는 부분이다. 일본말로 ‘쥬쯔시’라고 발음하는데 제대로 발음하기 힘들어서 무척 애를 먹는다. 게다가 제목이니까 매번 말해야하지 않나. 다른 성우분들도 많이 고생하는 부분이다(웃음).

한국에서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애초에 성우란 직업을 지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는 뭐라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연극배우와 마찬가지로 성우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경험들이 필요하다. 열심히 놀아도 보고 열심히 공부도 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로미라는 이름에 쓰인 한자가 일본에서도 잘 안 쓰이는 한자로 알고 있다. 그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라도 있는지?

이름 중에 ‘로’(임금왕(王)변에 길로(路)자)가 그렇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는데 처음에는 아름다울 ‘미’자와 함께 ‘왕의 길을 아름답게 가라’라는 뜻인 줄로 지레짐작하기도 했다(웃음). 실은 ‘로미’라는 이름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들리라고 지어주셨다고 한다. 길에서 주워왔다는 뜻 같기도 하지만(웃음)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관심 있게 본 작품이 있는가?

한국 드라마 중에서 <여름향기>의 장미 역과 <파리의 연인>의 은지 역의 일본어 더빙을 맡기도 했다. 그 외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무척 즐겨보고 있으며 특히 <올드보이>에서의 배우들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따스함이 잘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일본과 한국에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주로 소녀팬들이 많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고 팬레터도 잔뜩 오고 있는데 일일이 답장을 못해서 미안하다. 다행히 지난 6월 인터넷상에 공식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팬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아까 언급했던 <전차남> 연극 때는 한국 팬들이 직접 보러 와주셔서 무척 놀라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다른 일본 성우들처럼 앨범 활동도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성우로서 캐릭터 송을 수차례 불렀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에드로서도 말이다. 마치 에드가 부르는 듯한 기분으로 노래하곤 했는데 내년 6월에는 진짜 박로미로서 앨범을 낼 계획이다. 발매되면 많이 사주길 바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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