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DVD로 만나는 바다의 지배자들
2005-08-19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여름철에 제격인 해양 공포, 스릴러 영화 모음

한 동안 불볕더위가 한창이다 조금은 그 열기가 식은 듯하다. 하지만 언제 또 다시 더위가 시작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며칠동안은 마치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태워버리겠다는 심보인지 유난히 태양빛이 강하고 뜨거웠다. 이런 날씨에는 어김없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떠오른다. 보다 정확하게는 푸른 바다의 해변을 거니는 비키니 미녀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여름처럼 영화 보기의 절정이나 다름없다.

푸른 바다는 굳이 그 곳에 가지 않더라도 시원하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그것은 바다가 가지고 있는 큰 매력이다. 여기에 몇몇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생물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되면,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잠시나마 시원한 피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못 믿겠다고? 그럼 다음 예를 보자.

바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죠스>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은 소위 말하는 함량 미달의 속편들이다. 누가 봐도 욕이 절로 나올만한 영화들이지만, 그 짜증과는 별개로 바다를 원 없이 보면서 얻는 이득은 분명히 존재한다. 제 아무리 쓰레기라고 한들, 이들 영화들은 단지 바다에서 설치는 상어를 다룬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여름철이면 구원을 받는다. 영화는 재미없지만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깊고 푸른 바다의 힘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피서 철 최고의 명소로 사람이 늘 붐비는 장소이지만, 그곳에는 언제나 사람을 매료시키는 알 수 없는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은 뛰어난 등반가들에 의해 쉽사리 정복이 되지만 바다는 다르다. 그들은 아직도 첨단 기술과 정복욕을 불태우는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눈으로 샅샅이 바다 속을 확인하지 않으면, 심해 저 깊은 곳에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허락되는 유일한 장소다. 그것이 바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며, 또한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된다.

그동안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수도 없이 제작이 되어 영화 관객의 지갑을 노려왔다. 그 양만큼이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다는 당신이 원하는 어떤 장르의 영화이건 반드시 존재한다. <제이슨과 아르고호의 선원들> 같은 신화물에서 <죠스>와 같은 정통 공포 영화, <어비스>와 같은 SF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 <타이타닉>과 같은 재난 영화의 훌륭한 무대로서도 탁월한 공간적 매력을 뿜어낸다. 물론 <고래>와 같은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다큐멘터리도 빠질 수 없다.

이번 기사에서는 올 여름 유일하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오픈 워터> 개봉 기념으로 "바다의 지배자들"이란 컨셉으로 여름철에 보면 제격인 여러 편의 영화들을 골라보았다. 그 목록은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영화들과 언더그라운드 세계의 머무는 소수의 장르 팬들만이 즐기는 영화들로 구성을 했다. 돈이 없어서, 혹은 바빠서 휴가를 떠날 수 없었다면 이들 영화들을 보며 여름의 마지막 더위를 피해보기 바란다.

<해양 괴물> -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1954)

유니버설 몬스터의 하나로 유명한 ‘길 맨(아가미 인간)’이 첫 등장한 작품. 아마존 강을 탐험하던 학자들이 반인반어의 괴물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로, ‘미녀와 야수’의 현대적, 공포영화적 해석을 가미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길 맨의 뛰어난 디자인과 특수분장이 공개 당시 대단한 화제를 모았으며, 특히 길 맨이 여주인공을 물속에서 스토킹하는 시퀀스에서 선보인 수중 촬영 장면은 지금 보아도 긴장감이 가득한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DVD 시장 이전에는 국내에 정식으로 소프트 출시가 된 적이 없는 작품으로,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한 장르 전문가의 음성해설과 다큐멘터리가 본편 이상으로 재미있다. (유니버설)

<고지라 에비라 모스라 남해의 대결투> - ゴジラ エビラ モスラ 南海の大決闘 (1966)

고지라 시리즈 제7편으로, 고지라의 첫 수중전을 다룬 작품이다. 적 괴수로 새우가 거대화된 에비라(‘에비’는 일본어로 새우를 의미)가 등장하는데,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집게로 찔러 잡아먹는 장면이 압권이다. 또한 고지라 복장의 배우를 실제 수중 촬영한 장면들이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괴수끼리의 대결 외에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모험 영화 플롯이 감독의 경쾌한 연출과 잘 어우러졌으며, 열대 지역이라는 배경을 잘 살린 시원스러운 화면과 함께 여름에 즐기기에 적당하다. DVD에는 음성해설과 역시 열대 지방의 섬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괴수영화 <남해의 대괴수>를 8밀리 필름에 담은 단축판 등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도호 비디오 / 국내 미출시작)

<포세이돈 어드벤처> - The Poseidon Adventure (1972)

1970년대 재난영화의 거장 어윈 앨런이 제작한 작품. 호화 여객선 포세이돈 어드벤처 호가 침몰되면서 거꾸로 뒤집힌다. 탑승객들은 탈출구를 찾아 위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그냥 남아 있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 자체가 그 어떤 특수촬영보다 더한 긴장감과 스펙터클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이다.

그러나 시각효과도 아카데미 특별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리얼리티가 넘치며, 선체가 전복되면서 사람들이 차례로 추락하는 모습은 해양 스릴러의 고전적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직자로 분한 진 해크먼의 연기도 명불허전. 2006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볼프강 페터젠이 메가폰을 잡은 리메이크 <포세이돈>이 현재 촬영 중이다. (20세기 폭스)

<죠스> - Jaws (1975)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애미티 해변에서 갑자기 끔찍한 살인 사건이 연속 발생한다. 범인은 인간을 습격하는 거대한 백상아리. 이에 애미티의 경찰서장인 브로디와 상어 사낭꾼 퀸트, 어류학자 후퍼는 백상아리를 잡기 위해 생명을 건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 개봉 30년이 지난 영화지만 아직도 ‘해양 공포영화’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클래식 블록버스터’다. 개봉 흥행 수입 1억달러의 벽을 돌파한 최초의 영화이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이후 수많은 아류작과 모방작이 만들어져 ‘상어 영화’라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가 생성되기도 했다.

2000년 개봉 25주년을 맞아 첫 출시된 DVD는 화질과 사운드, 부록 모두 준수한 구성이지만 국내 출시판의 경우 시장 초창기 타이틀이라 부록에 한글 자막이 없다는 점이 흠이다. 지난 6월 부록이 보강된 30주년 기념판이 미국에서 나왔다. 국내판의 보정 출시는 9월로 예정되어 있다. (유니버설)

<피라냐> - Piranha (1978)

<그렘린> 시리즈와 <스몰 솔저> 등으로 잘 알려진 조 단테 감독의 초기작. 할리우드 B급 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이 제작했다. 월남전에 사용할 목적으로 유전자 조작된 돌연변이 피라냐가 유출되면서 벌어지는 살상극을 그렸다.

간단한 줄거리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죠스>의 B급 영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필버그가 상어를 최대한 감춘 채 연출만으로 공포감을 자아냈듯 이 영화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 경우엔 무섭지 않고 웃긴다는 점이다.

즉, <피라냐>는 조 단테 영화 특유의 블랙 유머가 가미되어 단순히 <죠스>의 모방작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를 지닌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 관객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뉴 호라이즌, 국내 미출시)

<딥 스타 식스 & 레비아탄> - Deep Star Six / Leviathan (1989)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의 잇단 성공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차기작은 모든 영화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해양 SF 대작 <어비스>의 공개가 늦어지면서 이와 유사한 2편의 영화가 재빠르게 제작이 되어 재미를 본다. <딥 스타 식스>와 <레비아탄>이 그 주인공이다.

명백히 <어비스>의 심해에 과연 무엇이 존재하는 가란 기본 컨셉을 그대로 도용한 까닭에 두 영화의 내용은 비슷하다. 심해에 살고 있는 난폭한 괴물에게 공격을 당하는 인간들을 그려내고 있었고, <어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볼만한 특수 효과로 바다 생물체에 잘 어울리는 크리쳐 디자인을 선보인다. 분명 두 작품은 <어비스>의 아류작에 불과하지만, 그 재미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공포 영화에 잔뼈가 굵은 <13일의 금요일>의 숀 S. 커닝햄이 <딥 스타 식스>를, <람보 2>의 조지 P. 코스마토스가 <레비아탄>을 연출하여 액션과 호러의 균형 있는 짜임새로 제법 긴장감 넘치는 오락물을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심해를 소재로 한 이 3편의 영화들을 한 번에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순서는 <딥 스타 식스> - <레비아탄> - <어비스>로 보는 것이 좋다. (서울시네마 / <딥 스타 식스>는 국내 미출시)

<어비스> - The Abyss (1989)

현 시점에서 <어비스>를 보면 훗날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타이타닉>이나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딥> 등의 원점이 바로 이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심연’이라는 뜻을 가진 원제는 그야말로 인간의 가장 뛰어난 잠수 장비조차 도달할 수 없는 깊고 깊은 바다 속에 어떠한 존재들이 있는가에 대한 상상력을 잘 표현한 것이다.

다소 늘어지고 지루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상황 그대로인 수중 촬영의 박력, 물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어도 해파리도 아닌 바로 수압이라는 리얼리티 넘치는 묘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등은 이 영화를 가히 ‘심해판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임을 증명한다. 극영화에서 선보인 수중 촬영의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지금도 대적할 작품을 찾기 어려운 해양 스릴러의 걸작이다. (20세기 폭스)

<고래> - Whales : An Unforgettable Journey (1997)

지구상 가장 거대한 포유류인 고래를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 시원한 바다 풍광과 함께 고래들의 신기한 생활 방식을 카메라에 담은 걸작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상세한 해설과 놀라울 정도의 근접 촬영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보노라면, 진정한 바다의 지배자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이맥스용으로 제작이 되었고, 많은 환경 보호론 자와 과학자들이 참여해 보다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간들이 모르고 있는 고래들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이 위대한 바다 생물이 인간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아르헨티나 남부 해안지역 발데즈 반도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대장정의 길을 희 수염고래를 따라가는 여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모든 자연 다큐멘터리 감상의 1원칙! 즉 가급적 큰 화면을 통해서 감상을 하는 것이 <고래>를 더욱 감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다우리 엔터테인먼트)

<딥 라이징> - Deep Rising (1998)

블록버스터 어드벤쳐 <미이라> 1,2편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연출한 제대로 만든 B급 액션 호러 영화. <딥 라이징>은 초호화 유람선을 습격한 거대한 괴물의 활약을 그린 작품. 재미있는 것은 이 DVD 타이틀의 커버에는 '다이 하드+에이리언+타이타닉'의 만남이라고 엄청 오버스러운 카피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건 영화 성격을 집약한 제대로 된 카피이다.

실제 이 영화는 웬만한 총격 액션물을 능가하는 총질 액션을 선보이고 있고, 제한적인 공간에서 인간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그리고 유람선에서 일어나는 아비규환의 재난 상황까지 노골적이지만 결코 밉지 않는 수준으로 나온다. 물론 각각의 스케일은 작지만,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연출이 제법이며, 드문드문 피범벅의 호러 연출이 강렬하다.

물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지배자인 거대한 생명체인 문어의 스피드한 움직임과 왕성한 식욕이 가장 큰 볼거리. 특히 영화 도입부 걸쭉한 한국말로 나오는 육두문자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B급 호러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 (브에나 비스타)

<스피어> - Sphere (1998)

샤론 스톤과 사무엘 잭슨, 그리고 <레인맨>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베리 레빈슨 감독의 심해 영화. 초호화 캐스팅과 명성있는 감독의 연출로 검푸른 바다의 세계가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을 위협해오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저 바다 밑에는 누구나 한 번쯤 거대한 오징어가 우아하게 헤엄을 치고 있을거란 상상을 해보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딱 멈춘다.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거대한 오징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게 전부다.

영화는 제법 시원하지만 다리 10개의 오징어가 광기를 부릴꺼란 기대는 금물이다. 그것은 영화가 심리적 분위기를 강하게 밀고 나간 탓이다. (워너 브라더스)

<딥 블루 씨> - Deep Blue Sea (1999)

<죠스> 이후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상어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실패로 흥행 감독의 명성을 구긴 레니 할린이 오랜만에 제 리듬을 찾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치매 치료약 개발을 위해 실험 중이던 돌연변이 상어들이 풀려나 바다 위에 떠 있는 밀폐된 실험기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졌고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는 돌연변이 상어들의 섬뜩한 묘사, 폐쇄공간에서의 긴박감을 생생히 살린 연출 등 볼거리가 풍부한 여름용 오락 영화의 쾌작이다. DVD 역시 충실한 부록과 수준급의 화질, 사운드를 탑재하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퍼펙트 스톰> - The Perfect Storm (2000)

이 영화에서 바다의 지배자는 단연 바다 그 자신, 즉 실감나는 엄청난 폭풍에 있다. 실화를 기초로 만들어진 영화는 고기를 많이 잡아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순진한 어부들의 떼죽음을 그려낸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재난 영화의 룰을 따라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도록 시시콜콜한 그들의 사생활을 드러내며, 무더위를 더욱 부채질하지만 배를 몰고 바다로 떠나게 되면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전지전능한 바다의 힘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폭풍 장면은 경이로울 정도로 실감이 난다. 작은 빌딩만한 높이의 파도는 자연을 우습게 여긴 어부들 쉴새없이 위협한다. 그 시각적 체험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돌비 디지털 5.1 EX 채널의 가공할만한 음향 효과는 진정한 현장 체험을 가능케한다. 안전한 안방에서 눈을 감으면 폭풍이 치는 바다 한 가운데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 시원한 피서의 기능을 넘어선 폭풍 장면 내내 추위가 느껴질 정도. (워너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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