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서 분단과 민족문제 만큼 발화력이 큰 소재는 없다?’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이 지난 27일 올해 최고 흥행작 <말아톤>의 기록(518만명)을 깬 데 이어, 28일까지 5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역대 흥행기록 순위로 치면,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 <실미도>(1108만명) <친구>(818만명) <쉬리>(621만명) <공동경비구역 JSA>(583만명)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는 지난 4일 개봉 이후 불과 4주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개봉 8주만에 500만명을 넘긴 <말아톤>에 견줬을 때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 영화의 흥행 요인으로 평론가들은 우선 남북분단을 그렸다는 점을 꼽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루며 그 아픔을 어루만진 흥행작 계보를 <웰컴 투 동막골>이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한국전쟁 때 강원도 오지마을 동막골에 모여든 국군·인민군·연합군이 순수한 이곳 사람들에게 동화돼 하나가 된 뒤 연합군의 폭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관객이 600만~700만명씩 들려면 중장년층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에게 분단만큼 큰 관심이 가는 소재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씨도 “한국사회에서 분단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과 지속성을 가늠했을 때 여러 다양한 얘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분단을 다뤘다고 해서 다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허문영씨는 “한국 영화가 선호해온 비극적 결말과 해피엔딩을 절묘하게 결합한 솜씨가 돋보인다”고 평했고, 김봉석씨는 “무거운 소재를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풀어나간 점이 젊은층에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기존 영화들이 분단을 무겁고 진지하게 다룬 데 비해 이 영화는 코믹과 판타지, 우화적인 요소들로 포장함으로써 관객들이 유쾌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점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역사 현실의 퇴색’이나 ‘배타적 민족주의의 기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영화평론가 안시환씨는 “영화는 유토피아 이미지와 휴머니즘을 통해 판타지가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한국전쟁이라는 ‘구체적 역사’는 증발해버린다”고 아쉬워했다. 허문영씨는 “순박함 속에 ‘우리는 완벽한데 나쁜 그들이 와서 공격하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숨겨져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올 흥행 1위로 올라선 뒤에도 좌석 점유율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 흐름새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다면 역대 앞선 기록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들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