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제작비 2억달러 시대를 맞고 있다. 감독 브라이언 싱어에 의해 제작비가 2억5천만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워너브러더스의 <슈퍼맨 리턴즈> 외에도 워너의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포세이돈 어드벤처>, 디즈니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후속편,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3>, 소니의 <스파이더 맨3>, 유니버설의 <킹콩> 리메이크판 등이 제작비 2억달러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게 <버라이어티>의 분석이다. 해당 스튜디오는 이들 영화의 예산이 1억5천만달러 선이라고 주장하지만, 블록버스터영화의 선례를 고려했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할리우드에서조차 제작비 2억달러는 ‘한계점’에 가깝다. 한 스튜디오가 2억달러짜리 영화를 만들고 1억달러를 들여 마케팅을 한다고 치자. 전세계 극장에서 4억달러 수익을 기록해 그중 절반인 2억달러를 챙기고 DVD 시장과 TV 시장을 통해 각 1억달러를 추가한다 해도, 감독과 배우들에게 러닝 개런티를 지불해야 할 경우 남는 건 거의 없다. 문제는 이 정도의 영화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4억달러 이상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영화는 8편이었고, 올해는 4편만이 이 고지를 넘겼다.
이런 제작비 상승의 주범은 고액의 개런티를 챙기는 배우들이 아니라 바로 시각효과다. 1990년대 초 CG가 세트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주는 ‘마술’로 소개됐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가격이 나날이 떨어지는데도 CG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관계자들은 우선 시각효과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부족한 점을 꼽는다. 실사화면과 달리 CG는 작은 수정을 하는 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 영화 안에 CG가 포함된 장면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스파이더 맨> 1편의 ‘CG숏’은 470개였는데, 2편에선 850개였고, 3편은 1천개를 넘길 전망이다. <킹콩>의 경우 1200개에 달한다. 결국 시각효과에만 1억달러가 드는 영화가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한 시각효과 전문가의 말처럼 할리우드가 “관객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준다”는 전략을 고수한다면 2억달러짜리 영화는 더 늘어날 전망이며 스튜디오의 불안 또한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