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25)와 약속을 하라. 그러면 그는 매니저먼트사에서 제공한 벤츠를 타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나와, 생수 아니면 당근쥬스를 시키고는, 예 쁜 눈을 빛내며 “내가 예쁘다구요? 그럴 리가!”라고 진짜 놀란 얼굴을 할 것이다. 아주 가끔은 직접 차를 몰고 오다가 배탈이 나서 길가 병원신 세를 지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두어시간을 넘긴 뒤에 탈진 한 얼굴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심은하처럼 예쁜 처녀가 정 말 미안한 얼굴로 “미안해요”를 열번쯤 되풀이하면 오랫동안 꽁한 척하 기가 실로 난감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심은하와 만나기 어려운 것은, 스크린에서도 마찬가지다. <8월의 크리스 마스> 전까지, 심은하는 1백여편의 시나리오를 거절했다. 그렇지 않았더 라면, 그는 진즉 ‘한석규의 여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영화 <인샬라 >도 애초엔 한석규, 심은하 짝을 캐스팅할 생각이었고, <접속> 또한 그랬 으니까. 영화 보는 눈이 없군!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심은하에게 물어보라. “시간이 없었어요”라는 대답으로 간단하게 궁금증이 풀린다. 93년 MBC 22기 탤런트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심은하는 늘 TV의 사 람이었다. <아찌 아빠> <본투킬> 두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지금까지는 사실 영화에 그닥 애정을 느끼지 못했고, 쉴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CF와 드라마 출연 때문에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처음엔 거절했다. 시나리오는 맘에 들었지만, 김종학 감독이 연출하는 SBS 특집드라마 <백야3.98>의 촬영일정과 겹쳤던 것이다. <백야>의 진행이 “ 며느리도 모르는” 이유로 한달 이상 늦어진 것은 따라서 심은하에게 전 화위복일 수도 있다. 덕분에 MBC의 기수 선배인 한석규와 난생 처음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만날 수 있게 됐으니.
8월의 크리스마스/ 시한부 삶을 사는 사진사 정원과 20대 초반 주차단속 요원 다림 의 사랑이야기. <접속>하고 비슷하지 않냐구요? 아녜요, 아주 다른 영화예요. 한석규 오빠랑 일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운이 좋았나봐 요.
돈/ (새침한 표정) 몰라요. 엄마가 관리하니까(참고로, <8월의 크리스마 스>에선 전작 <본투킬>의 출연료 그대로 1억2천만원을 받았고, 나산 모델 료가 6개월 단발에 1억5천, 한국화장품 모델료가 1년에 3억원하고 조금 더 됨).
외로움/ 즐긴다고나 할까. 혼자 있는 것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놀아요. 친구들하고 가끔씩 술도 마시고, 나이트도 가고. 많이 마시냐구요? 아뇨. 기분 좋을 때만. 2년 전엔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선배언니하구 둘 이 마셨는데, 나중에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그 이후론, 기분 나쁠 땐, 그냥 집에 들어와서 혼자 풀어요.
친구/ 이상하게 같은 연기자 중에선 동료든 선배든 친구가 없어요. 기회 가 닿지 않았죠. 애인은 없고, 영화 같이 보러가고 하는 정도의 남자친구 는 있어요.
스트레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아무 생각없이 오붓하게 나가서 데이트할 수 없다는 게 슬퍼요. (그러고 싶은 상대? 없어요.) 지나가다 남녀가 정 말 다정하게 자연스럽게 데이트하는 모습 보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들죠. 이 일 안 했다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텐데 하구 요. 하지만 평범하게 살았다면 하는 생각은 안 해요. 지금이 더 좋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