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브로드웨이를 넘보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드림웍스, MGM, 뉴라인, 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에 본격적으로 가담할 추세라고 보도했다. 워너는 <레스타트>의 단독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카사블랑카>의 댄스 버전 프로젝트의 개발에 현재 참여중이다. 뉴라인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흥행에 힘입어 <웨딩 싱어>의 뮤지컬 버전을 공동제작한다. 지난 10년간 공연제작 파트를 별도로 운영해온 유일한 스튜디오 디즈니는 오페라 형태의 뮤지컬 <인어공주>와 공중곡예를 눈요깃거리로 선사할 수 있는 <타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일반적으로 브로드웨이쇼의 흥행성적은 ‘대박’이라고 해야 100만달러 안팎. 영화 한편으로 수억달러까지 버는 스튜디오들이 이 적은 수익을 기대하고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계산은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DVD 판매, 리메이크 판권, 속편 제작, 비디오게임 제작 등 부가수익을 전세계 시장에서 거둘 수 있다는 것. 브로드웨이란 이름의 상징적 권위를 덧입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MGM 사장 달시 덴커트는 “후광효과”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연 수익도 무시 못할 수준에 이른다. 디즈니 공연프로덕션의 최고재무관리자인 데이비드 슈레이더는 “뉴욕에서 버는 돈은 아주 적다. 장기투어를 하면 국내에서 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비 웨인스타인, 스콧 루딘 등 할리우드의 거물급 제작자들의 이름이 새겨지는 할리우드산 브로드웨이 공연은 대부분 블록버스터급 규모. 디즈니 공연프로덕션 사장 토머스 슈마커는 “브로드웨이의 독립제작자들이 하는 방식으로 돈벌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스타급 배우들의 동부행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5개월간 기네스 팰트로, 브룩 실즈, 제프 골드블럼 등이 무대를 누볐고 지난 9월셋쨋주 상연작품 중 40%가 할리우드 배우 출연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 로버츠도 이 행렬에 곧 가담할 예정. <옵서버>는 할리우드 스타파워가 뒤덮은 브로드웨이의 최근 22주간 티켓 수입이 전년도 대비 10%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바야흐로 서부 메이저리거들의 탑승을 위한 할리우드발 브로드웨이행 점보제트기가 운항 스케줄을 늘려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