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복수는 나의 것>으로 다시 만난 박찬욱·송강호
2001-07-27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박찬욱(38) 감독과 배우 송강호(34)씨는 <공동경비구역 JSA>로 `일류'의 자리에 올라섰다. 둘이 다시 손잡고 <복수는 나의 것>을 찍는 걸 계기로 함께 만났다. 일류가 됐지만 정형화된 스타일을 꺼리면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둘의 영화감성은 반듯한 장르영화보다는 여전히 비주류쪽에 서 있었다.

<복수는 나의 것>은 8월10일 촬영을 시작해 내년 1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하드보일드(수식없이 건조한 문체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문학 스타일) 영화”라는 표어가 붙어있다. “한 마디로 `저지방, 무설탕'이라는 건데 그걸 규정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게 박 감독의 말이다. 여하튼 새로운 모험이다. 코믹 연기로 `뜬' 송강호씨는 웃음기 하나 없는 비정한 인물 `동진'으로 탈바꿈한다. 이 역을 위해 몸무게 6㎏를 뺐고 앞으로 5㎏를 더 줄일 계획이다.

사실주의적 하드보일드

박찬욱 | 문학장르인 하드보일드를 영화로 보자면 필름 누아르에 해당한다. 그런데 시각적인 면을 강조한 누아르의 관습은 이번 영화하고 거리가 멀다. 게다가 누아르는 한국에서 엉뚱하게 오남용된다. 차라리 문학의 하드보일드 개념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배제된 배경에 음악도 없고, 검소하고 단정한 영화다. 한국영화의 설명과잉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송강호 | 시나리오를 읽고 생소하다 못해 두려웠다. 한국에서 제작할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매력을 느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박하사탕>이 한국사회를 이창동(감독) 식의 리얼리즘으로 그렸는데, <복수는 나의 것> 식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 드라마를 진행시키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리얼리즘이다.

주인공 박동진과 송강호

송 | 외형적으로는 유괴당했다가 숨진 딸의 복수를 처참하게 벌여나간다. 하지만 참 외롭게 봤다. 인간이 외로운 존재구나, 외로움을 탈피하려다보니 저런 폭력이 나오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인물인지 금방 감이 왔다.

박 | 송강호씨를 실물로 보면 굉장히 냉정해 보이지 않나? 건조하면서 언젠든 잔인해질 준비가 돼있는 것 같고, 대사도 짧고 조용하게 한마디 하는 걸 잘한다. 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게 이번 영화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평소대로 하면 된다(웃음).

일류의 부담

송 | 정점에 오른 뒤 바로 다음 영화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출연료를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이번에 한국 최고의 대우를 받은 거 같다. 그러나 흥행성 대작이 아니라서, 물론 관객이 많이 들기를 바라는 건 절대적이지만 조금 편하다. (영화 안되면 감독 탓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박장대소하며) 그렇지, 바로 그거야.

박 | 이런 배우들 데리고서도 흥행 못 시키냐고 내가 욕 먹을 공산이 크지(웃음). 하지만 정점에 선 다음이라 오히려 덜 부담스럽다. <…JSA>가 터졌을 때 흥행 면에서 나에게는 앞으로 내리막길만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흥행이 안되면 곤란하고….

둘의 영화감성

박 | 나는 장르영화도 싫지만, 작가영화도 보기만 좋아할 뿐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다. <복수는 나의 것>도 상업영화다. 다만 상업영화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성이 비주류쪽이라는 건 맞다. <…JSA>도 비주류 영화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게 뜻밖에 대박 터지면 제일 좋은 것 같다(웃음). 한국영화에 쏟아지는 세계의 기대에 갚하려면, 전통적인 장르 영화만으로는 해결 못한다. 비주류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관객도 다양한 거 원하지 않나.

송 |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영화보다 과거지향적인 영화가 좋다. 사극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검증된 사건, 사람들의 진실이 좋다. 공상과학영화가 제일 싫다. 스타일이 뛰어난 것도 싫다. 연극해서 그런지 사람 중심의 영화가 좋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