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말극장가] 액션, 코미디, 멜로, 무협까지 풍성한 차림
2005-09-30
글 : 고일권
<너는 내 운명> 선전은 2주차에 더 돋보여

메이저 배급라인을 타면서 장르도 각양각색인 영화들이 오랜만에 같이 선보인다.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 이후 6년만에 복귀한 김정은 주연의 멜로 <사랑니>, 한석규가 <닥터봉> 이후 10년만에 코미디에 도전하는 <미스터 주부퀴즈왕>, 김민준이 첫번째로 주연을 맡은 형사 액션물 <강력 3반>에 이어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서극 감독의 <칠검>까지. 여기에 <보글보글 스폰지 밥>과 우디 알렌의 <헐리우드 엔딩>도 찾아온다. 개천절인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생각해보면, 느긋하게 맛봐도 괜찮을만한 상차림이다.

<사랑니>
<미스터 주부퀴즈왕>

예매율을 살펴봤을 때 개봉신작중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영화는 <사랑니>. 서른살 학원강사 인영(김정은)이 열일곱살 수강생 이석(이태성)에게서 완벽한 ‘첫사랑’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얼핏 ‘띠동갑’의 나이를 극복하는 순수 러브 스토리가 주루룩 펼쳐질것 같지만 사실 <사랑니>는 팔짱끼고 느긋할게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조인영의 회상이라고 관객이 생각하는 장면이 갑자기 현재가 되고, 현재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 바깥의 주체도 서른살 인영인지 열일곱 인영인지 헷갈리기 때문.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있는 다양한 층위의 내러티브를 벗겨내려 하면 할수록 점점 미궁에 빠져드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를 “영화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그만큼 관객이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방 뛰던 이전의 김정은 캐릭터와 달리 호흡을 가다듬고 연기의 질감을 맛볼수 있는 또 다른 김정은을 만날수 있다는 점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화면자체가 영화적으로 말을 건넨다는 점은 <사랑니>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든다.

한석규가 어깨에 힘을 빼고 전업주부로 출연한(심지어 ‘여장’까지 한다)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날린 계돈 3000만원을 벌기 위해 TV퀴즈쇼 프로그램에 출전한다는 내용의 코미디다. 여기에 신은경이 아내로, 코미디 영화의 감초 공형진이 한석규의 친구로 호흡을 맞춘다. 양복입고 장보러 가는 전업주부 남편의 자리바꾸기 설정은 TV드라마 <불량주부>에서부터 익숙했던 터라 그다지 쾌감이 느껴지지 않고 드라마 전개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색다른 모습의 한석규를 만나는 즐거움은 있다.

<강력3반>
<칠검>

<강력3반>은 거대 마약조직과 한바탕 일전을 벌이는 강력반 형사들의 활약을 큰 축으로 따라간다. 강력 범죄자들과 살을 부비는 형사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응시도 여기에 덧칠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얘기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지는 법. 이야기는 다소 무성의하게 펼쳐지는듯 하고 인물들간의 관계정립도 허술해 보이는게 단점이다. 그래도 <강력3반>을 보고 동감하게 된다면 그건 김민준이 아니라 허준호일듯 싶다. 실제 형사역할이 처음이라는 그는 범죄자를 잡겠다는 열망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생활의 불안을 그럴듯하게 그려내었다.

<칠검>은 난세를 평정하는 무사 7명의 영웅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원작은 무협팬들에게 친숙한 ‘칠검하천산’이다. ‘칠검하천산’은 김용, 고룡과 함께 무협소설의 큰 줄기를 만들었던 양우생의 초기 대표작. “난세를 평정한다”는 단순한 기둥 줄거리가 비약적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상 허점은 있지만 액션 장면에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정교한게 자랑거리다. 일초식도 낭비되지 않고 완벽한 합을 맞추고 리듬감을 획득하는데, 그럴싸한 무협액션을 원한다면 챙겨볼 일이다.

4편이나 메이저급 배급라인을 탔지만 2주차에도 <너는 내 운명>의 선전은 도드라진다. 오히려 개봉 첫주보다 호응이 좋은 편이다. 주요 예매 사이트에서 35%~40%의 예매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개봉 신작 4편의 예매율은 대게 7~10% 내외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가문의 위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이 여전히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먼저 선보여서 안정적인 흥행지표를 보인 영화들에 관객이 계속 몰리는 관성효과라고 풀이된다. 신작 4편이 사이즈가 작지는 않지만 딱히 군계일학이 없다는 점도 기존 영화에 몰리는 이유다. 이런 경우 관객은 고르게 분산되기 보다는 남들 많이 보는 영화를 따라 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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