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벚꽃이 질 때, 그녀의 추억도 질까, <게이샤의 추억>
2005-10-08
글 : 박은영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랜 시간 품었던 프로젝트 <게이샤의 추억>이 결국 다른 이의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원작 소설의 출판 단계부터 눈독을 들였다고 하니 스필버그가 이 작품에 기울인 애정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만하다. 마치 가업을 물려줄 ‘후계자’를 고르듯 까다로웠을 그의 시험을 통과한 이가 바로 <시카고>의 롭 마셜이다. 그러고보면, 그 자신이 뮤지컬 배우이자 안무가였고, 비범한 데뷔작 <시카고>로 할리우드에 매끄럽게 안착한 롭 마셜이야말로 게이샤의 가무와 풍류를 스크린에 펼쳐낼 수 있는 진정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롭 마셜이 진두지휘하는 <게이샤의 추억>은 대단히 화려하고 웅장한 작품이 될 전망이다. 가난한 소녀가 일본 최고의 게이샤로 거듭나기까지의 수십년 세월을 배경으로, 그녀의 출세기와 애정사를 펼쳐가면서, 게이샤의 가무와 복식 등 일본 전통 예술도 재현할 요량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LA 근교에 ‘작은 일본’이라 불릴 세트를 지어 192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계절별로 다양하게 담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미술과 음악과 안무보다 더 기대가 실리는 쪽은 ‘아시아 최강’이랄 수 있는 화려한 배우 진용이다. 최근 아시아 최고의 거장들을 오가며 서구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쯔이가 신비로운 ‘회색 눈동자’의 게이샤 사유리로 출연하고, 양자경이 그의 스승격인 마메하로, 공리가 그의 재능과 젊음을 질투하는 하츠모모로 분한다. 주요 여성 캐릭터를 일본 밖의 배우들에게 양보한 대신 비중있는 남성 역할은 일본의 상징적인 배우들인 와타나베 겐과 야쿠쇼 고지가 맡아 연기했다. <킬 빌> <라스트 사무라이>에 이어 일본과 사랑에 빠진 할리우드의 어떤 경향을 <게이샤의 추억>에서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