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정직한 거짓말쟁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레디 하이모어
2005-10-10
글 : 박혜명

어른의 거짓말이 아이를 설득하듯, 아역배우의 꾸며진 연기는 어른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조니 뎁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주인공 찰리 버켓 역에 프레디 하이모어를 추천한 것도 그가 하이모어의 연기에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피터팬>의 원작자 J.M.배리의 실제 삶을 기초로 한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처음 만났다. 그 때만 해도 배리 역의 조니 뎁과 데이비스 미망인 역의 케이트 윈슬럿은, 배리와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게 되는 소년 피터 데이비스 역의 아역배우를 믿지 못했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하이모어가 찍어야 할 분량 중 가장 어려운 신을 일부러 촬영 두 번쨋날 스케줄에 넣었다. 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피터의 울분이 연극놀이 도중 터져나오게 되는 감정 신이었다.

조니 뎁이 본 것은 하이모어의 순수함이었다. “프레디의 눈은 사람을 꿰뚫을 것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 거짓말 따위 할 수 없을 것처럼. 그 아이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조니 뎁은 <찰리…>의 촬영 후 “하이모어는 정말 뛰어난 연기자”라고 거듭거듭 이야기했다. 2004년 한해 수입이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는 다코타 패닝이 어른도 의지할 만한 성숙함의 소유자이고, <식스 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공포의 감정을 감지해내는 연기자였다면, 프레디 하이모어는 삶의 불행 가운데서도 최선의 가치를 믿고 도덕적으로 살아갈 소년의 얼굴이다. “아버지가 없으므로 그 무엇으로도 행복할 수 없는” 피터와 “아무 물질적 가치가 없는 삶 같지만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찰리는 동일한 가치를 믿는 소년들이다. 딱 그만큼만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은 하이모어는 그 믿음 만큼을 연기했다. 이 과장 없는 정직함과 순수함에 조니 뎁이 두번 모두 감동했다.

하이모어의 실제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피터나 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하이모어는 자신이 아역배우로서 남부럽지 않은 위치에 오른 현실을 인정할 때보다, 런던의 집 근처에서 친구들과 축구한 이야기나 아스날 팀의 경기 내용을 들려줄 때 훨씬 더 즐거워한다. 그는 “어른이 되면 세계여행 다니면서 열대우림 같은 걸 실제로 보고 싶다”며 다소 촌스러운 미소를 띠는 배우이고,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을 평범히 대하는 게 이상하다 여기지 않는 정말 평범한 열세살 소년이다. 그래서일까.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대신 가족과의 삶을 택하는 가난한 소년 찰리가 아쉬움을 두 눈빛 속으로 감추며 입술 꼭 다무는 모습은, 아역배우의 꾸며낸 연기라기보다 심신 바른 소년의 결연한 태도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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