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못본 장면]
<해롤드와 쿠마> "자네, 콘돔 있나?"
2005-10-06
글 : 한청남

원하던 ‘화이트캐슬’ 햄버거도 먹고 사랑도 쟁취한 해롤드. 막판에 일이 너무 쉽게 풀린 듯한 감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그런데 사실 감독이 원래 의도한 엔딩은 달랐다. 햄버거 덕분에 자신감을 찾은 해롤드는 마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데 웬 험악한 남자가 나와서 다짜고짜 콘돔을 달라고 난리친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일까? 아니면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인 그녀의 사생활이 드러난 걸까?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안타깝게도 후자인 것 같다.

실망감을 갖고 뒤돌아서는데 그제서야 남자는 자신이 마리아의 오빠고 마리아는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리아 역시 평소 해롤드에게 관심이 있었다나.

입이 귀에 걸린 해롤드. 마리아의 오빠는 잘해보라고 악수를 청하는데 애인과 한참 볼일을 보던 와중이어서 손이 그리 청결한 편은 아니다(이 장면에서 등 뒤에 리얼하게 새겨진 손톱자국에 주목). 겨우 악수를 뿌리친 해롤드는 마리아를 쫓아 쿠마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갈 결심을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리버리하게 키스를 나누는 현재의 엔딩보다 훨씬 재미있다. 마리아의 오빠 역으로 분한 루이스 구즈만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일품. 전형적인 할리우드 엔딩 대신 기획한 장면이었으나 영화 마지막에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마리아를 등장시켜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편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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