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전수일 | 한국 | 2005년 | 110분 | 한국영화 파노라마
전수일 감독의 네 번째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황혼녁이면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애틋함처럼, 슬프고 안타깝다. 한없이 길 위를 걷는 이 영화는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 탓에 주저앉고 마는 남자와 여자의 또다른 폐곡선을 그려간다.
빚독촉에 시달리는 영화감독 상규는 사촌형 일규의 연락을 받고 고향 속초에 간다. 일규는 그에게 한국전쟁때 헤어진 남편을 만나려는 어머니의 중국여행에 동반해주기를 부탁하지만, 그가 속초에 도착하고서야 여행이 연기되었다고 알려준다. 민박에 짐을 푼 상규는 버스 안에서 잠깐 마주쳐 마음이 끌렸던 여자 영화를 다시 만난다. 그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으려는 그녀를 따라 무작정 태백에 가고, 뜻하지 않은 여행은 사라진 자신의 고향을 찾는 길로 이어진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부산에 머물면서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을 만들어온 전수일 감독의 네 번째 영화다. 황혼녘을 의미하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그 시간이면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애틋함처럼, 슬프고 안타까운 영화다. 전수일 감독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찾아야 하지만, 결코 되찾지 못할 무언가, 그로 인해 영원히 불완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삶. 한없이 길 위를 걷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애초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 탓에 주저앉고 마는 남자와 여자의, 또다른 폐곡선을 그려간다. 연극배우 출신인 안길강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김선재가 눈밭에서 서로의 상실만 확인한채 무력하게 멀어져가는 두 남녀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