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돈 컴 노킹> 빔 벤더스의 수작
2005-10-0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감독 빔 벤더스/독일, 미국 /2005년/ 122분 /월드시네마

빔 벤더스는 지루한 영화 지식의 자랑을 거두고 마음이 이끄는 가족 복구의 이야기로 조용하고 넉넉하게 나아간다. 주인공으로 돌아온 <파리, 텍사스>의 각본가 샘 셰퍼드와 빔 벤더스의 몇 십년만의 재회작이며, 수작이다.

하워드는 한때 잘 나가던 서부극의 스타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스스로 인생을 포기한 낙오자에 불과하다. 하워드는 갑자기 촬영도중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러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빔 벤더스의 또다른 로드무비다. 그가 도착하는 곳은 엘코에 있는 어머니의 집이다. 하지만 몇 십년만에 온 그곳에서도 하워드는 술에 취해 노름을 하고, 싸움을 벌이다가 새벽에 겨우 풀려나는 수모를 당한다. 그때 어머니는 하워드의 숨겨진 아들 ‘얼’의 존재를 알린다. 하워드는 몬태나에 살고 있는 자신의 아들 얼과 얼의 엄마이자 자신의 옛 연인인 도린을 찾아간다. 그 길에서 하워드는 놀랍게도 몰랐던 딸까지 만나게 된다.

서부극의 주인공 차림으로 사막을 출발할 때 이 영화가 혹시 장르영화에 대한 자기반영적 길을 걷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빔 벤더스는 지루한 영화 지식의 자랑을 거두고 마음이 이끄는 가족 복구의 이야기로 조용하고 넉넉하게 나아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하워드 역을 맡은 샘 셰퍼드는 <파리, 텍사스>의 각본가였고, <돈 컴 노킹>은 샘 셰퍼드와 빔 벤더스가 만나 만든 몇 십년만의 재회작인데, 그만한 성과가 이 안에 있다. 정말(!) 오랜만에 빔 벤더스가 내놓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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