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달콤한 인생> 이병헌과 <봄의 눈> 츠마부키 사토시의 만남
2005-10-09
글 : 이다혜
한일 여성관객을 사로잡은 두 남자

이병헌과 츠마부키 사토시가 만났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있을까. 두 사람의 오픈토크가 열리게 되어 있던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 인근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일본과 한국의 취재진 뿐 아니라 양국의 팬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서서 행사장 입장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두 사람이 나타났을 때 퍼진 요란한 환호 소리는, 유난히 뜨거운 정오 햇살 아래 앉은 한일 슈퍼스타의 머리 위로 작열하는 햇살을 후광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츠마부키 사토시 팬들은 목청껏 “사토시! 아이 러브 유! 아이시테루(사랑해)!”라고 외쳤고, 일본에서 온 이병헌 팬들은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 작은 소리로 “병헌씨, 멋져요!”라고 애정을 고백했다. 이날 행사는 한일 양국의 취재진과 팬을 위해 한국어와 일본어로 진행되었다.

서로의 영화에 대한 감상

이병헌/ 가식적이지 않은 순수하고 신선한 느낌이 좋았다.

츠마부키 사토시/ <달콤한 인생>에서 남자답고 쿨한 연기가 좋더라. 정열적으로 몸을 불사르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병헌씨의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권도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힘차더라.

이병헌/ 츠마부키 사토시씨의 영화를 4일 전에 봤는데, 멜로가 큰 축인 영화더라.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분위기도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츠마부키 사토시 씨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아, 그리고 사토시씨의 말과 달리 나는 액션 배우가 아니다. (웃음)

츠마부키 사토시/ (한국말로) “죄송합니다” 내가 한국말도 못하지만 일본어도 서투르다.(웃음) <달콤한 인생>의 정열적 연기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한국영화의 위상

이병헌/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주목받는다고 해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변화를 크게 못 느낀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는 것는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피부로 느낄 때다.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소재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영화가 주목받는 것은 일시적 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관점이 다양해졌으면 하는 점은 있다.

츠마부키 사토시/ 지금 일본엔 한국 붐이 정말 대단해서 한국배우가 공항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시설이 마비될 정도다. 나는 원래 한국영화를 좋아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들을 모두 봤고, 개인적으로는 <올드보이>를 좋아한다. 월드컵 때 느꼈던 건데, 한국에는 일본에는 없는 힘이 있다. 한류 붐을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한다.

연기자로 산다는 것

이병헌/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한때는 ‘쟁이’의 느낌이 강했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강렬한 희노애락을 느끼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배우로서 나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매개로 누군가 꿈을 갖게 된다거나 하는. 한 사람의 배우가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츠마부키 사토시/ 내 성격상 쉽게 좋아하고 싫증을 내는 일이 많은데, 연기만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연애를 하는 것처럼 연기를 계속 점점 더 좋아하게 된다. 4년 전 찍은 <워터보이즈> 때 영화라는 공동작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몰래 <워터보이즈>가 상영중인 극장을 찾은 일이 있는데, 영화를 세 번째 보러 왔다는 한 관객의 말이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다.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취미도 필요없을 것 같다.

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이병헌/ 많다. 부끄러운 부분, 잘 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배우라는 직업은 늘 새로운 인물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생활이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도 안타깝다.

(이병헌이 대답하는 도중 츠마부키 사토시는 생리적인 ‘급한 볼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요구받자 츠마부키 사토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병헌에게 허리를 숙여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질문에 답했다.)

츠마부키 사토시/ 바로 지금이다. 너무 긴장해서 정말 배우로서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웃음)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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