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거장의 영혼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안치됐다. 9일 오후 2시, PIFF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린 고 이만희 감독 핸드프린팅 행사는 1960년대부터 유현목, 김기영, 신상옥, 김수용 등과 함께 한국영화의 첫 번째 황금기를 일구었던 고인에 대한 뒤늦은 헌사의 자리. 30년 전, 유작 <삼포가는 길> 편집 중에 세상을 뜬 이만희 감독을 대신해 딸이자 영화배우인 이혜영 씨가 참석했다. 무대에 오른 이혜영 씨는 “너무 기쁩니다. 어릴적 배우를 꿈꾸면서 언젠가 할리우드에 가서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어 (손 뿐만 아니라) 얼굴도 찍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는데.(웃음) 아직 충무로에 있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부산영화제에서 핸드프린팅을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백결, 서정민 등 이만희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의 숨결을 곁에서 느꼈던 영화 동지들도 이날 행사를 도왔다. 회고전 GV 게스트로 나서기도 했던 이들은 이날 짧은 시간이지만 젊은 관객들에게 추천작을 제시하며 이만희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 볼 것을 당부했다. <물레방아> <외투> 등의 시나리오를 쓴 백결 씨는 “<휴일>은 개작 지시로 인해 당시에 공개되지 못했다가 부산영화제가 찾아낸 프린트라며, 첫 번째 상영이 끝나고 충격과 감동을 받은 외국 게스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만추> 등의 촬영감독인 서정민 씨는 “젊은 세대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안성기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또한 자리해 이만희 감독에 대한 기억을 더했다. “이만희 감독님이 조감독이던 시절 스탭으로 참여했던 작품에 출연한 적 있다”는 안성기 부집행위원장은 청중들이 갸우뚱 하자 “저, 5살때부터 영화했고, 영화한지 48년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만희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빨리 돌아가신게 안타깝고, 감독님이 만드신 영화의 프린트가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아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등은 이혜영 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핸드프린팅을 하는 동안 회고전의 낮은 좌석점유율이 안타까운 듯 “지금 곧바로 해운대 프리머스로 가서 한편씩 보시라”고 수차례 권했다. 딸의 인장으로 봉인된 이만희 감독의 손자국은 내년 영화제 때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