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 5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락가극 <너구리 저택>을 토대로 한 작품. 자기애에 사로잡힌 군주 아즈치 모모야마는 예언가로부터 아들인 아메치요가 아버지보다 더 미남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부와 명성은 물론 미모마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친아들인 아메치요를 산에 버린다. 버려진 아메치요는 우연히 만난 당나라 출신 너구리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너구리는 인간과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너구리 세상의 불문율.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곧 수많은 장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정신없는 만화경이다. 중국 배우 장쯔이는 자신의 언어로 일본 배우들과 대화하며, CG로 만들어진 세계는 일본의 전통적인 병풍 그림, 서양의 유화나 중국 수묵화가 혼재되어 있고, 음악은 엔카와 발라드와 힙합의 완벽한 크로스오버를 들려준다. 엔카의 여왕 고 미소라 히바리가 CG의 도움을 빌어 부활하기도 한다. 가부키, 서양식 오페레타(경희극)와 현대적 뮤직비디오가 뒤섞인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을 진심으로 즐기고 싶다면, 형식과 이야기에 대한 영화적 강박을 모조리 버리고 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82세의 노감독이 만든 이 연애담은 벚꽃 아래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보던 일본식 오락가극의 재연에 가까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