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한줄기씩 교차하면서 비극에 다가가는 미스터리. 무더운 여름밤, 태정은 휴가나온 군대 후임이자 중학교 동창인 승영의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난다. 그 사이사이에 군대 시절이 삽입된다. 태정은 고지식하여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을 감싸주곤 했지만, 그 행동은 내무반 군인 대부분을 승영의 적으로 돌리는 상황을 낳는다. 문제는 태정이 곧 제대한다는 사실이다.
군인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군대가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휴가나온 군인들의 초조한 말투와 공허한 느낌을 통해, 그곳을 건너다볼 뿐이다. ‘군대 이야기’라고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학교나 직장이어도 괜찮았을 위계와 처세와 적응의 신랄한 단면도이기도 하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 네말이 맞기는 해도 군대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이런 군대 생활의 명제들은 무사히 살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익혀야만 하는 잠언이다.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데도 생존의 규칙과 미스터리, 비극에 짓눌린 젊은이의 선택을 밀도있게 이어붙였다. ‘고문관’이라고 할만한 친구에게 잘해주려다가도 어쩔 수없이 터져나오는 짜증, 승영이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궁금증, 반복되는 대사가 던지는 복선은 단순하고 짐작할만한 이 영화의 스토리를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