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부산영화제를 통해 본 한국영화의 세가지 신풍경 (+영문)
2005-10-12
글 : 허문영 (영화평론가)
내적 외적 경계가 사라진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좋은 배우>

올해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상영되는 <좋은 배우>를 만든 신연식 감독은 충무로는 물론 독립영화계나 대학 영화관련학과와도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마이 제네레이션>의 제작비가 3천만원이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다 쓰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좋은 배우>의 제작비는 3백만원이다. 뉴커런츠 상영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제작비는 2천만원이었다고 한다.(이 영화는 청어람이 배급을 맡기로 하면서 후반작업 보강과 키네코를 위해 제작비의 서너배 되는 돈이 더 들었다) 그리고 이 두 영화는 제작비에 관계없이 극영화가 요구받는 캐릭터, 이야기, 연기, 촬영, 편집 등에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제 제작비가 믿을 수 없을만큼 적다는 이유로 독립장편을 화제에 올리는 일은 촌스런 일이 되었다. 굳이 이 두 편의 제작비를 거론한 이유는 수년전 디지털의 신화가 부르짖어질 때, 영화계라는 범주가 이제 사라질 것이며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약속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느낌 때문이다. 중산층 월급쟁이의 한달 봉급으로 괜찮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제 감독이나 데뷔 같은 단어들의 뉘앙스는 수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계라는 단어의 외연은 무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외모 강박 벗어던진‘메이드 인 부산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한국영화 파노라마 상영작인 전수일의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과 오석근의 <연애>는 부산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두 감독의 거주지와 촬영지가 부산이다. 물론 그 사실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지금 부산이 영화의 중심지는 아니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과 <연애>는 중심부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다.

한국영화계는, 그 비약적인 산업화 속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체계의 보이지 않는 계율에 지배된다. 그 계율 가운데 하나는 ‘표면을 매끄럽게 할 것’이다. 1980년대 프랑스의 ‘시네마 뒤 룩’을 연상케 하는, 영화의 외모에 대한 한국영화계의 집착은 은연중에 영화 세상에 일종의 계급을 만들어냈다. 이 외모를 구성하는 요소는 비주얼과 스타와 속도 같은 것들이다. 젊음과 미모/나이듦과 수수함, 스타/비스타, 빠르고 가벼움/느리고 무거움 간에는 어느새 깊고 짙은 경계선이 그려진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과 <연애>는 이런 강박을 벗어던진 어른의 영화다. 주인공은 나이가 들었고, 서사의 가파른 굴곡도 없으며, 눈에 띠는 외양의 특징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들에는 몇마디의 단어로 혹은 몇가지의 표정으로 요약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다. 따뜻한 비애와 고요한 연민이 거기에 있다. 혹은 기다림의 응시의 시간이 거기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지리적 위치에 의한 구분이 아니라 영화 내적인 경향과 연관을 지닌 지역영화의 태동 혹은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메이드 인 부산’은 언젠가 독립영화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대안적인 미학적 조류를 말하는 용어가 될지도 모른다.

키치적 감수성 전면으로

<썬데이 서울>

뉴커런츠에서 상영되는 <썬데이 서울>은 저속한 영화다. 흔히 좋은 영화들이 갖는 비판의식이나 진실과 숭고에 대한 갈망이 이 영화에는 없다. 대신 믿거나 말거나 식의 뜬소문으로 영화를 만들어놓고, 이건 무가치한 싸구려 이야기이니 당신들도 심각하게 볼 필요 없어, 라고 대놓고 말한다. 장르도 호러, 청춘, SF, 무협을 대수롭지 않게 오간다.

평단에서 빈번히 비판의 화살을 맞는 조폭코미디들도 가족의 소중함, 혹은 연애 감정의 순수함을 숭배하고 그것으로부터 멜로적 감수성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썬데이 서울>은 유례없이 철저히 유희적인 영화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있는 주변적인 것들이 자기들끼리 웃고 즐기는 키치적 감수성의 영화가 이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건 확실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한 영화광 감독들의 성향과도 다른 지점이다. 예컨대 박찬욱은 B무비에 대한 애착을 여러차례 표명했고 자신의 영화에도 B무비의 감수성이 담겨있다고 말했지만 실은 그의 영화는 신화적 추상성을 지향해왔다. 김지운과 류승완 같은 젊은 장르영화 감독들도 자신의 영화가 삶과 맺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우지 않았다. <썬데이 서울>은 이런 진지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말끔히 떨쳐낸다. 충무로가 표면적으로나마 집착해온 진정성의 가치가 이제 정면으로 도전받기 시작한 것이다.

looking at korean film's 3 new trends through the eyes of piff

the 10th piff has presented more qualified films than any previous years. for several years, k-cinema was poor in producing digital films, however, this year was successful in presenting films from more diverse areas. moon-young huh the korean cinema programmer writes about the 3 different scenes of piff this year; indie film that has unbelievable quality for the low budget, regional film of new authentic trend, commercial film free from its outlook.

#1/ anyone can make a film.

the director yeon-shick shin, who is having his film <a great actor> screened for the critic’s choice, has never been affiliated with chung-mu-ro nor indie films nor film schools. when he read an article about last year’s hot film <my generation>, he was wondering where they spent all the money (30,000,000 won, us dollar 30,000).

compared to this, the total production budget for <a great actor> is 3,000,000 won (us $3,000) and 20,000,000 won ($30,000) for <the unforgiven> of the new currents section. however, the quality of the film is amazing.

it is no more a headline news for an indie film to have an incredibly low budget. the reason for discussing the low budgets of these two films is that people predicted several years ago, through digitalization anyone will be able to create films and now the dream has come true. if a film is produced with an average person’s monthly pay, terms such as director, or debut should change their nuance. denotation for the term ‘filmmakers’ is expanding infinitely.

#2 / ‘made in pusan’ free from the look

soo-il jeon’s <time between dog and wolf> and seok-geun oh’s <love is crazy thing> from the korean panorama section was made in pusan. residence of the two directors and the shooting location are both pusan. of course, it’s not so important. needless to say, pusan is not the center of the film although the festival is being held. <time between dog and wolf> and <love is crazy thing> are films which are hard to be produced in the central areas.

korean filmmakers cannot help being controlled by the unseen rules of the system due to the rapid industrial development. one of the rules is that ‘the surface should be smooth.’ korean filmmakers being obsessed with the appearance of the films has created some kind of class among the filmmakers, which resembles the french ‘cinema du look’ in the 1980s. visual aspect, star, and speed are what the look is consisted of. borders between young & beauty vs. old & common, star vs. non-star, and fast & light vs. slow & heavy are becoming clearer and clearer.

<time between dog and wolf> and <love is crazy thing> are films for adults who are free from the obsessions. the main characters are old, stories are not dramatic, and there is no visual attraction. however, these films have such deep sensations that cannot be expressed in a few words. warm sorrows, calm sympathy and times of waiting are present in these films.

#3 / kitschy sensibility in the front line

<sunday seoul>, which is being screened in new currents, is a vulgar film. critical consciousness and the yearning for truth, which is common among good films, are not present in this one. the film does not try to be what it is not. the movie itself tells us that it is a cheap movie crossing over many genres such as horror, sf, martial arts, adolescent, etc.

if you think about the gangster movies, which are usually bombarded with criticisms, they try to bring out the sensibility through pure love and the value of family. in this sense, <sunday seoul> is the very first film to be completely entertaining.

this is definitely different from how directors who have debuted after mid 1990s made their films. although chan-wook park expressed his affection towards b-films many times and commented that b-film characteristics are present in his films too, his films suggested mythical abstracts. young directors such as jee-woon kim and seung-wan ryoo have not forgotten their worries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life and their films. <sunday seoul> takes away the seriousness from you. chung-mu-ro’s obsession towards genuine films is being challe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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