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이 제대로 번진 탓일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이 개봉전보다 높은 예매율로 2주연속 흥행티켓을 끊어놨다. 주요 예매사이트의 예매순위 1위는 물론이고 예매율도 40%~50%로 전주보다 10% 가량 높다. 안그래도 멜로철에 스타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눈이 갔는데 얘기를 듣자하니 웃기고 울린단다. 심각하게 저울질할 다른 영화도 그다지 많지 않으니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건 당연지사. 관객이 몰릴만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주만 해도 <너는 내 운명>이 강력한 경쟁상대였지만 4주차에 접어든 지금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때마침 중간고사가 끝나서 학생들의 극장나들이도 기대되고(<너는 내 운명>은 18세 관람가지만 <내 생애>는 15세 관람가다) 부산에 계신 ‘골수 영화팬들’도 얼추 상경하셨다. 이런 분위기라면 2주차에 개봉주만큼, 혹은 개봉주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내 생애>의 2주차 질주에 불을 지핀건 기대됐던 개봉신작이 예상외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들은 차치하더라도 성룡과 김희선 주연의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이하 <신화>)이 10%도 채 안되는 예매율로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전혀 새로운 성룡영화”라는 중국본토의 호평, 아시아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영화의 사이즈 등을 볼때 국내 반응은 무덤덤하다. 요며칠 성룡이 “중국 언론들은 자국스타는 외면하고 한류스타만 챙긴다”며 볼멘소리를 해 <신화>와 함께 이래저래 회자도 됐건만 그 효과도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어쨌거나 아시아 전역 개봉예정이니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전형적인 성룡영화의 팬들이라면 현재의 고고학자와 과거의 장군역을 번갈아 가며 사뭇 진지한 연기를 선보이는 성룡의 모습이 약간 의외일 수는 있겠지만 스펙터클만큼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다. 김희선은 진시황의 후궁인 옥수역을 맡아 출연작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능숙한 중국어 발음이 안돼 더빙처리 한것이 다소 아쉽다.
개봉작 중 의외로 선전하는 영화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다. 목요일 오후 4시 현재 약 10%를 웃도는 예매율로 3위 정도에 랭크되어 있는데 멜로철 후광을 받아 주목받은 경우다. 조시 하트넷 주연의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96년작 <라 빠르망>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음울했던 <라 빠르망>보다 훨씬 더 밝고 가볍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이 <라 빠르망>의 팬에게는 서운할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안본 관객들에겐 독특한 구조의 멜로물로 자리하기에 손색이 없다.
마크 윌버그 주연의 <4 브라더스>도 챙겨볼만한 작품. 흩어져 살던 배다른 형제 넷이 양어머니가 슈퍼에서 쇼핑 도중 강도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위해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이다. 눈덮인 디트로이트 자동차 추격씬은 액션영화팬들에겐 모자람이 없다. 미국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한 흥행작이다. 그밖에 페넬로페 크루즈의 <빨간 구두>, 기네스 팰트로의 <뷰 프럼 더 탑>과 일본 영화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도 선보인다. 앞의 두 영화는 할리우드의 스타 여배우 출연작이긴 하지만 배급 사이즈는 그에 걸맞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