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공포영화<안개>(The Fog)가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존 카펜터 감독의 1980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안개>의 수입은 1220만달러로 잠정집계됐다고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10월16일 밝혔다. 이 영화가 같은 날 개봉한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과 <도미노>(Domino)를 능가한 요인은 500개관 이상 많은 스크린수와 호러라는 장르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다지 큰 흥행기대작이 없는 주말에는 호러영화가 비교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다.
<안개>는, 한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억울하게 난파된 배의 선원들의 원혼이 꼭 100년만에 안개 속에서 되살아나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한다는 ‘전설의 고향’스러운 이야기다. 원작의 각본과 연출을 도맡았던 존 카펜터는 이번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TV시리즈<스몰빌>이 배출한 스타 톰 웰링과 역시 인기TV시리즈<로스트>로 얼굴을 알린 매기 그레이스가 출연했다.
지난주 1위였던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는 27% 하락한 1170만달러 수입을 거둬 2위를 차지했다. 청춘 스타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로맨틱 코미디<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은 기대에 조금 못미치는 1100만달러를 거둬 3위에 자리잡았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일련의 악재가 겹쳐 침울해있던 드류(올랜도 블룸)가 아버지 고향 엘리자베스타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 클레어(커스틴 던스트)를 만난 뒤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올모스트 페이머스><바닐라 스카이>의 카메론 크로 감독이 4년만에 들고온 신작이다. 실제로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에 다녀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지난달 토론토영화제에서 열린 첫 시사에서 비평가들로부터 안좋은 평을 받은 뒤 20분 정도를 잘라내는 재편집을 했다고 한다. 지난번 <킹덤 오브 헤븐>의 실패(오프닝 성적 1900만달러) 이후 관객동원력을 검증받지 못한 올랜도 블룸은 다음 작품을 기약해야 할 듯.
토니 스콧의 R등급 액션드라마<도미노>도 467만달러를 거둬 6위로 데뷔하는데 그쳤다. 전직 모델 출신 현상금 사냥꾼인 실존 인물 도미노 하비(키이라 나이틀리)의 이야기. 항상 영화의 재미를 보증해 온 토니 스콧 감독의 흥행력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다. <도미노>이전까지는 <더 팬>(1996)이 거둔 600만달러가 최악의 오프닝 성적이었다. 조디 포스터의 스릴러<플라이트 플랜>은 4위, 카메론 디아즈의 <당신이 그녀라면>은 5위에 머물렀다.
최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는 전반적으로 침체기다. 특히 이번주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상위 12편의 수입이 18% 감소했다. 흥행집계전문가 폴 더가라비디언은 “이맘때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 때문에 영화관객수가 줄어드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심한 것 같다. 그 점이 영화관계자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