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끝에서 시작하는 연애, <애인> 촬영현장
2005-10-17
글 : 이다혜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성현아·조동혁 주연의 로맨스영화 <애인> 촬영현장

좁은 계단에 두 남녀가 몸을 밀착하고 서 있다. 남자와 여자는 잠시 옥신각신하는 듯하더니 남자가 여자의 입술에 키스한다.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타타타탁’하면서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쉴새없는 셔터 소리의 연속. 남녀는 붙이고 있던 입술을 떼고 멋쩍은 얼굴로 주변을 돌아본다. 사람 얼굴 대신 카메라 렌즈 30여개가 눈에 들어온다. 파주 헤이리에서 있었던 <애인> 촬영현장 공개 풍경이다.

<애인>은 7년 사귄 애인과의 결혼을 앞둔 여자(성현아)가 새로운 남자(조동혁)를 만나 이틀간의 열정적 사랑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따로 정해지지 않은 채 시나리오상에 ‘여자’, ‘남자’로만 적혀 있다. 여자는 아주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행복하지도 흡족하지도 않다. 사업에 실패한 남자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우연을 거듭한 두번의 만남 끝에 두 사람은 짧은 연애를 시작한다.

이날 공개된 촬영분은 남자와 여자가 처음으로 키스를 하는 야외신. 좁은 계단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포착하기 위해 스탭과 취재진들이 뒤엉킨 통에 난 몇번의 NG 끝에 결국 본촬영을 미루고 취재진을 위해 두 배우가 넓은 장소에서 키스신을 연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틀 동안 두 남녀가 함께 지내면서 겪는 연애감정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촬영이 있던 두달여의 시간을 옷 한벌로 버텼다는 성현아와 조동혁은 대부분의 신을 단 둘이 소화해야 했기 때문인지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신인 김태은 감독은 <쉬리> <런어웨이> 등의 영화에서 스토리보드 및 특수소품 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경력을 쌓았다. ‘남자’ 역에 캐스팅된 조동혁은 모델 출신으로, <얼굴없는 미녀>로 얼굴을 알렸다. 조동혁은 개봉 대기 중인 <러브하우스>에도 출연했다. 여자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언페이스풀> <비포 선라이즈>와 여자 심리에 관한 책 5권을 떼었다는 ‘여자’ 역의 성현아는 <애인>을 “연애의 단계를 반대로 밟아보면 어떨까, 끝에서 시작하는 관계는 어떤 걸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연애의 기승전결을 모두 경험하는 두 남녀의 연애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태은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장소를 다양화하고 디테일에 꼼꼼하게 신경쓰는 것. 특수소품 담당으로 경력을 쌓아온 김태은 감독의 장기를 디테일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성현아의 말이다. <애인>은 10월2일 크랭크업했고, 11월24일 개봉예정으로 후반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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