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이퀼리브리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2005-10-3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오프닝의 건카타는 감독이 직접 실연한 것이다. 달리 시킬 사람이 없었다고.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뽑아낸다. 영화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퀼리브리엄> DVD의 음성해설에서 감독은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제가 자꾸 이 말을 합니다만, 예산... 예산... 예산...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과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 문제는 항상 ‘시간’과 ‘돈’이다. 더욱이 SF 액션 영화라면 시간과 돈은 결과물 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언제나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두 가지가 문제인 동시에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세트를 못 지으니 건설 중인 지하철, 경기장, 주차장 등 황량한 공간에 최소한의 가공만을 하여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전체주의 국가의 비주얼을 꽤 근사하게 구현한다는 아이디어. 치밀하게 계산된 조명과 앵글, 배우의 발자국 수까지 예측한 동선 등 최대한 저렴하고 신속하게 찍기 위한 여러 궁리들. 즉, 어떻게든 뚫고 나갈 구멍은 생기는 법이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너무 싸게 찍어 아쉬움이 남는 중요한 장면들을 볼 때마다 감독은 ‘간담이 서늘하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싶은 감정과 고민, 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객들에 대한 배려심이 절로 느껴진다.

<이퀼리브리엄>은 확실히 냉소적인 평자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클래시(classy)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음성해설에서 감독은 ‘자신은 냉소적이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라며 영화가 끝나기에 조금 앞서 유유히 사라져 버린다. 동감이다. 저렴하긴 하지만 어쨌든 실제보다 3배는 더 비싸게 보이는 화면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검은 바닥은 멋지게 보이지만, 청소를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30분만에 찍은 것으로 유명한, 꽤 복잡해 보이는 액션 안무 장면.

윌리엄 피츠너는 후시녹음에서 녹음기처럼 완벽하게 대사를 재현해 칭찬을 들었다.
숀 빈은 짧은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훌륭한 무게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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