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가 디지털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메가박스는 지난 10월24일부터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영화박람회 쇼이스트에서 내년 1월 코엑스와 신규 오픈하는 목동, 신촌점을 아우르는 32개 전 스크린에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CGV도 11월말까지 용산CGV 11개관에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확보하고 12월1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디지털로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사이로 벌어진 양 멀티플렉스의 경쟁적인 발표와 ‘세계 최초’를 둘러싼 신경전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시네마를 둘러싸고 내년부터 벌어질 본격적인 경쟁의 예고편”이라 평했다. CGV는 메가박스가 디지털 상영 도입 시기로 잡은 내년 1월까지 266개 모든 스크린을 디지털 상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상영은 프린트 없이 파일화된 영화 콘텐츠를 중앙 컨트롤센터의 컴퓨팅을 통해 제어하고 프로젝터에 영사하는 방식을 뜻한다. 할리우드는 6대 메이저가 공동으로 준비한 DCI(Digital Cinema Initiaitve)를 기준으로 2006년부터는 메이저영화 중 75% 이상을 디지털 상영으로 소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상영의 강점은 프린트 비용의 절감에 있다. 와이드릴리즈로 인한 막대한 프린트 비용을 감안하면 제작비의 획기적인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객은 HD를 능가하는 화질과 음질로 영화를 즐길 수 있으니 손해볼 일이 없다. 다만 대안없이 할리우드 메이저의 디지털 시네마 표준안인 DCI를 국내에서도 그대로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독자적인 선도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문화관광부가 결성한 차세대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의 이충직 위원장은 “현재 이에 대해 위원회와 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려면 그만한 투자와 정부의 견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