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도쿄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22일 개막해 30일 막을 내렸다. 올해 개막작으론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한 중국 장이모 감독의 신작 <천리주단기>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22일 레드카펫이 길게 깔린 롯폰기 힐스의 개막식 주인공 또한 이 영화의 주연이자 내년으로 배우생활 50주년을 맞는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겐이었다. 평소 일본에서도 행사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74살의 노배우가 등장하자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됐다. ‘아시아와의 협력’을 모토로 내세운 올 영화제는 폐막작에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을, 폐막의 밤 작품으론 미나모토 다카시 감독의 <대정전의 밤에>를 선정해 각각 중국, 한·일 합작, 일본영화가 영화제의 앞뒤를 장식하도록 했다. 제2회 구로사와 아키라 상 수상자로는 지난해 야마다 요지, 스티븐 스필버그(공동수상)에 이어 올해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선정돼, 폐막식날 시상식이 열렸다.
전체 출품작 583편 가운데 15편이 선정된 경쟁부문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영화는 <연애의 목적>으로, 영화제 중반 현재 <미꾸라지도 물고기다>(중국), <다른 여자들과의 대화>(미국)와 함께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의 바람 부문엔 또 ‘한류의 원류’라는 특집기획을 마련해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 곽재용 감독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차승재가 처음 제작한 오석근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를 상영했다. 한국인에겐 ‘이상한’ 조합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지금 일본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국 영화인들의 면면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또 이 부문의 신작 파노라마엔 오석근 감독의 <연애>가 초청됐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에는 한국영화에 방점이 찍혔다면 올해는 중국계 작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개막작과 아시아의 창 개막작(<장한가>)뿐 아니라 <흔들리는 구름>을 비롯해 대만 감독들의 신작 11편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특집이 마련되었는가 하면 경쟁부문에도 2편의 중국영화가 초대됐다. 지난해 영화제의 톰 행크스처럼 떠들썩한 할리우드 스타는 없었지만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의 테리 길리엄 감독,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의 토미 리 존스 감독,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의 닉 파크 감독 등의 게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가도가와 그룹의 가도가와 쓰구히코 회장이 3년 전부터 영화제의 의장을 맡으면서, 도쿄영화제는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도심을 들썩거리게 하는 관객의 에너지를 느끼긴 힘들 정도로 차분하며 게스트와의 대화가 열리는 티 체인도 한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느 상영관이나 관객이 가득 차 있는 게 신기할 정도. ‘리조트형’이 아니라 ‘도시형’을 내걸고 메인 상영장인 롯폰기 힐스와 시부야 분카무라 외에도 휴대전화 서비스, 아키하바라 캐릭터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 시도는 눈에 띄었다. 한편 도쿄영화제가 주력하고 있는 마켓 티프콤(tiffcom)은 올해 로케이션 마켓도 열어 최근 부쩍 촬영지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본 지자체들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