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한국 찾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배우 이케와키 지즈루
2005-11-12
글 : 오정연
사진 : 오계옥

소녀는 소년보다 강했다. 예정된 행복이 끝나는 순간. 조제는 츠네오에게 쿨한 이별을 선사했고, 돌아선 츠네오는 커다란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당신이 만일 지난해 이 무렵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맞닥뜨렸다면. 더없이 강인하고 아름다웠던 그녀, 조제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고급 호텔에서 마주친 이케와키 지즈루에게서 고집스럽게 앙다문 조제의 입을 연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앳되고 발그레한 미소가 어여쁘기만 한 20대 중반. 세상을 향해 발톱 세운 조제의 모습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영화에 이케와키 지즈루를 캐스팅하면서 “네가 가진 지금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줄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며 제안했다. 이케와키와 이누도 잇신은 이케와키가 14살이었을 때 CF를 찍으면서 만났고, 이후 서로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 <금발의 초원>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 이케와키는 “(감독님은) 친절하고 평온해 보이는 분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나의 내면을 잘 아는 사람. 때때로 약점을 찌르는 무서운 면이 있다(웃음)”고 전한다. 낮고도 신중한 말투, 가볍게 웃지 않는 입매가 영락없이 조제의 그것이다. 이 밖에도 그와 조제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마음 깊은 곳에 담긴 진심을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그는 첫 영화 주연작 <오사카 이야기>(이치가와 준) 이후 <서머스노>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고양이의 보은>에서는 목소리 연기를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오늘의 사건사고>(유키사다 이사오), 최근에는 아사노 다다노부와 함께 <누구를 위해>를 찍었다.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처음부터 가수나 아이돌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시나리오를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보셔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슬쩍 “내가 만든 음식인데 맛이 없으면 이상하지”라며 자신만만하던 조제의 모습이 떠올라, 조제의 안부를 물었다. “특별한 싸움도 없이, 그저 마음이 멀어져 자연소멸한 관계” 이후 “조제는 잘 지낼 것”이라는 것이 망설임 없는 그의 대답. 짧은 만남의 시간 중 가장 확고하게 다가오는 그 긍정이, 실제 조제의 것인 양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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