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얼굴. <살인의 추억>의 단역에서 <선생 김봉두> <효자동 이발사>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해, 말순씨>까지 이재응의 캐릭터는 또래 소년들의 얼굴을 대표한다. 심하게 비뚤어지지 않고, 적당히 심통부릴 줄 알고, 마음씨는 나쁘지 않은 아이 말이다. 이재응의 수다떠는 말씨에서는 사춘기 변성기에 어울리지 않는 섬세함이 묻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정말 유별났어요. 이런 얘기 기자 분들에게 정말 많이 드렸는데, 엄마 치마 입고 구두 신고 돌아다니고….” 조그만 TV 상자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게 너무너무 신기해서 호기심에 시작한 방송 일은 일터라기보다 놀이터에 가까웠다. ‘내가 찍는 것이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한 것은 <선생 김봉두>. 겨울 내내 가족과 떨어져 강원도에 파묻힌 것이 외로웠고, 얼음 깨고 강물에 들어가 신나게 물장난치는 여름장면 찍는 것이 괴로웠다. 기자시사회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 멈추질 않고 나면서, 뿌듯함과 함께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잡게 됐다.
송강호, 차승원, 문소리 등 연기력 출중한 선배들과 공연하면서 영화 속에서 좀처럼 짓눌리는 모습이 없는 이재응은, “제가 그분들한테 연기를 배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사랑해, 말순씨>를 찍으면서 많이 느꼈어요”라고 또다시 조잘거린다. “아, 그때 그 선배는 그랬지.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구나. 내 연기를 할 때 그분들이 했던 게 떠올라요.” 엄마랑 친하게 지낸 외아들이고, 지금은 큰 이모와 서로만 아는 비밀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그는 “정말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지어진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라고 꿈을 말한다. 케이크 먹는 것과 만드는 것을 모두 좋아해서 파티셰도 해보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곧잘 김치볶음밥을 해줬다고 자랑을 하더니 화제가 강아지쪽으로 빠져 한참을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 이야기만 쏟아놓는다. “배우보다, 나중에는 감독이 하고 싶어요. 박흥식 감독님은 현장에서 오로지 영화 생각밖에 안 하세요. 방은진 감독님처럼 배우하다, 그것도 여자로 감독 데뷔하시고, 멋있잖아요. <오로라공주>요? 못 봤어요. 못 볼 나이라서.” 나이차를 잊게 할 만큼 섬세하고도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열다섯살 소년. 감독을 꿈꾸는 배우라기보다, 영화에서 봤던 대로 누군가의 평범한 친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