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길드의 바람이 분다. 오는 11월30일 대학로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예술원에서 감독,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미술감독별로 개별 길드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단체별로 감독 60명, 작가 30명, 촬영감독 30명, 미술감독 30명 정도의 인원이 확보된 상황이다. 지난 8월 이현승 감독(사진)의 제안으로 시작된 길드 결성을 위한 준비모임은 준비위원단의 구성과 후속모임을 거쳐 현재의 결과를 도출했다. 준비기간 동안 각 단체를 대표한 준비위원은 총 10명이다.
준비위원의 명단은 권칠인, 류승완, 박찬욱(이상 연출), 김성복, 홍경표, 김형구(이상 촬영), 김희재, 심산, 김대우(이상 작가), 신보경(미술)이다. 단체의 명칭에 대해서는 길드와 조합 두 가지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이후 조직은 최고의결기관인 상임집행위원회와 정책위원회, 권익복지위원회로 구성된다. 상임집행위원회는 각 길드의 대표, 하위 위원회 위원장, 비위원장급 2∼3인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로서는 준비위원들이 상임위원회에 대거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길드의 출범 목적은 현재의 제작 시스템에 합리적인 변화를 꾀해보자는 취지에서다. 각 길드는 직능단체의 성격을 띤다. 즉 구성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의 모임으로 기존 협회와는 성격이 다르고 중복되지 않는 단체가 될 전망이다. 이현승 감독에 따르면 “향후 주요 사업을 통해 각 길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산업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촬영 길드는 도제 시스템을 변화시켜 인력의 교육과 수급을 효율적으로 제고하면서 조수들의 처우 개선에 힘쓸 수 있다. 길드에 가입할 촬영감독들은 실제로 조수들을 공유하여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계약문제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저작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감독들은 감독의 저작권과 개발 단계의 문제나 조감독의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론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개별 길드가 협력하여 기간제 계약, 스탭 처우 개선, 전문 인력의 양성 등을 통해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의 전반적인 합리화를 끌어내는 것이 이번 길드 출범의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