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 상태가 아닌 파일 상태의 영화가 광케이블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워너브러더스가 최근 팀 버튼의 <유령신부>를 버뱅크 촬영소에서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 있는 도호의 극장 세곳에 디지털로 시험 전송했다고 발표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중에서도 테크놀로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워너브러더스는 디지털 전송 시범을 두고 닛폰통신과 지난 1년 동안 회의와 검토를 거쳤고, 지난 8월 디지털시네마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한 뒤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
이번 디지털 전송 성공은 할리우드 안팎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7개 스튜디오와 디지털시네마의 지지자들이 배급 비용과 프린트 비용을 줄이고 해적판 유통을 막기 위해 콘소시엄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결성한 것이 3년 전의 일로, 이번 전송을 통해 디지털 배급 시스템에 대한 해답을 얻었음을 알리고 나섰다. 워너에서는 “미국처럼 넓은 지역에서는 위성 등의 다른 방식을 통한 배급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본처럼 비교적 작은 나라에선 광케이블을 통한 전송과 배급,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낙관하는 입장이다. 워너는 다음주 개봉하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디지털 패키지 또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 배급의 남은 문제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말도 떠돌고 있다. 코닥, 돌비, 테크니컬러, 엑세스IT 등이 디지털 배급 사업에 뛰어들어, 스튜디오들과 콘텐츠 계약을 맺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이들이 참여하는 조인트 벤처들도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자본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필름의 시대가 금방 저물지는 않겠지만, 테크놀로지와 함께 이렇게 영화와 극장도 진화하는 것이려니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