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폴라 익스프레스> DVD가 선보인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용 영화로서 이 영화는 어딘가 이상하다. 원작 삽화와 유사하다고는 해도 아이들 표정은 우울하기 짝이 없고, 분위기는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며, 로버트 알드리치의 <북극의 제왕> 등을 인용한 농담도 아이들과 과연 어울릴까 싶다. 핏기없는 얼굴에 영혼을 잃어버린 눈동자. 픽사의 화사한 3D애니메이션과는 반대노선을 걷는 <폴라 익스프레스>의 인물들은 오히려 실패한 실험인 <파이널 환타지>의 그것과 짝을 맺을 지경이다. 그래서 <폴라 익스프레스>는 유령들의 카니발 혹은 아이의 황량한 꿈처럼 느껴진다. 요정들의 기괴한 합창과 화려한 듯 보이지만 음울한 북극마을은 또 어떤가. <폴라 익스프레스>가 믿음이 사라진 당신의 가련한 영혼을 들여다볼 때, 당신은 ‘종소리가 들리지 않아, 내겐 산타가 보이지 않아’라고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폴라 익스프레스>는 기본적으로 믿음과 애정에 관한 이야기며, 아이맥스영화관에서 상영됐을 정도로 볼거리에 충실한 작품이다. 산타가 “크리스마스는 가슴속에 있다”고 말했듯, 이번 크리스마스엔 당신도 마음속의 소리를 듣길 바란다.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사라진 지 오래인 당신에게 ‘북극행 열차의 왕복티켓’을 거머쥔 올해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시간이 될지 모른다. 왠지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엔 조용히 눈이 내릴 것 같다.
밤이 주배경인 <폴라 익스프레스> DVD의 영상은 애니메이션의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우수한 편이다. 사운드를 잘 살려놓은 게 인상적인데, 라디에이터의 지글거리는 소리, 창을 닦는 뽀드득 소리, 공구르는 소리 등의 섬세함이 나머지 웅장한 소리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한국어 더빙과 한글 메뉴도 칭찬할 만하다. 부록으로는 1인5역을 맡은 톰 행크스의 연기장면을 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합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삽화에 생명을 부여한 작업을 버추얼카메라, 퍼포먼스 캡처 등의 항목별로 구성한 ‘기차에 승선할 수 있는 진짜 티켓’,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의 영감, 조시 그로반의 공연장면과 녹음과정, 게임 <폴라 익스프레스 챌린지>, 제작진이 말하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삭제된 노래와 미완성 장면 등을 수록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양과 질에서 조금 부족하다. 그런데 글을 다 쓴 지금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DVD 리뷰를 맡기지 못한 게 후회된다. 한번 보라. 이 리뷰가 영화와 DVD를 얼마나 재미없게 만들어버렸는지. 심지어 이스터에그도 반밖에 찾지 못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