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시나리오 작가서 <음란서생> 으로 데뷔하는 김대우 감독
2005-11-28
글 : 임인택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에서 교통정리하는 기분입니다”
김대우 감독(왼쪽에서 두번째)과 출연 배우(왼쪽부터 한석규, 김민정, 이범수, 오달수)들이 24일 촬영분을 마친 뒤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한석규는 처음 대본을 받아보고 “(윤서 역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김 감독에게 프러포즈했다.

“알고 지낸 감독들 찾아가서 제가 잘못했던 거 사과하고, 결례를 범했던 것도 용서받고 싶어요. 워낙 혼자 했던 일이라 작가 때는 몰랐던 게 있잖아요. (하하)” 그 감독들, 아마도 <스캔들> <정사>의 이재용,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 등이 아닐까 싶다. 모두 김대우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던 작품이다.

작가 김대우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음란서생>의 제작 현장이 지난 24일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공개됐다. 유명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에 그가 들이고 있는 품이나 고충이 그렇게 와닿는다. “혼자 일하다가 지금은 엄청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데, 꼭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에서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음란서생>의 각본도 그의 몫이다. 꽤 참신하다. 요괴, 여성 등을 소재로 하는 ‘괴력난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당대 밑바닥 문단의 최고 ‘야설’(야한 소설)가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축으로 삼는다. 권력욕도, 사사로운 재미도 좇을 줄 모르는 정 4품의 우직 충신, 윤서(한석규)가 서른여섯살 우연한 계기에 음란 소설의 마력에 빠져든다. 걷잡을 수 없다. 도색 그림을 그려주는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과 함께 괴성까지 질러가며 삶의 행복 오르가슴을 만끽해간다.

18살 상영가를 예상한다는 것 외에 그 수위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김 감독은 지나칠 만큼 작품의 ‘음란성’에 대한 관객들의 선입견을 저어한다. “음란한 생각을 할 때 우리들의 표정은 가장 밝아지고, 즐거워지잖아요.” 영화는 그 표정을 짓는 순간의 윤서와 광헌을 느리고 세밀하게 그리는 셈이다. <정사>의 서현(이미숙), <반칙왕>의 대호(송강호)가 용기내어 선택하고 쟁취하는 행복과 맞물려있다.

이날 촬영분은 비 오는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윤서와 광헌이 야설의 배급망 노릇을 하게 될 황가(오달수)를 처음 만나는 대목. 추운 날씨에 분투하는 김 감독과 배우진들의 자신감은 넘쳐보였다.

홍일점으로 출연하는 왕의 여인 정빈(김민정)을 통해, 윤서는 소설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위험에 빠지기도 하는데, 사극이 모두 처음인 배우들은 물론 특히 김 감독 자신이 새롭게 ‘감독’을 선택해 행복과 위험 사이를 가늠하는 또 다른 윤서처럼 보인다. 오는 설날께 개봉을 노리며 지금까지 70%의 공정을 마쳤다.

사진 비단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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