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도쿄에서 해리의 친구를 만나다
2005-11-30
글 : 이다혜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아시아 홍보차 일본 찾은 에마 왓슨, 케이티 렁, 마이크 뉴웰 감독

헤르미온느는 숙녀가 되어 있었다. 케드릭 디고리는 영화 속에서보다 훤칠한 미소년이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아시아 지역 홍보를 위해 마이크 뉴웰 감독과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 초 챙 역의 케이티 렁, 그리고 케드릭 디고리 역의 로버트 패틴슨이 일본을 찾았다. 지난 11월18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각국의 취재진 600명의 취재경쟁 속에 감독과 출연진들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이전 시리즈보다 어둡고 극적이며 인간적인 색채가 강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라지만, 연출을 맡은 마이크 뉴웰 감독은 마치 덤블도어 교장처럼 은근한 유머 감각과 자상함, 그리고 영국식 악센트를 가지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돼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조명이 집중되자, 그는 “카메라 플래시밖에 안 보이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며 말을 꺼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시리즈지만 놀랍게도 영국인 감독이 연출한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개별인터뷰 때 에마 왓슨이 “뉴웰 감독이 영국인이어서, 영국적 유머 감각과 영국의 정신이 이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추어올린 것은 공치사가 아니었다. “판타지와 10대들의 감성적인 이야기 등 현실적인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4편을 감독하게 돼 즐거웠다는 그에게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단순한 아이들의 판타지가 아니었다. 그는 “조앤 롤링이 전통적이고 신화적인 영웅 탄생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리가 그 영웅이고. 그는 영웅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해리 포터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론 위즐리 역의 루퍼트 그린트는 일본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래드클리프는 호주에서 영화 촬영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액션과 CG가 가득한 영화지만 해리와 친구들이 사춘기를 맞아 이성관계에 눈뜨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특별하다고 강조점을 두었다. 마지막 순간에 참석이 취소된 그린트는 편지를 통해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런던에서 가족과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에마 왓슨은 귀엽지만 동시에 우아하고 여성스런 분위기로 어느새 훌쩍 커 있었다. “이번 영화에는 실생활 체험이 많이 반영됐다”며 드라마 중심의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뒤, “여러 장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크리스마스 무도회 장면이다. 행복한 감정을 시작으로 마지막 론의 질투까지, 지금까지 없었던 굉장히 많은 감정의 폭을 연기했다”라며 소녀다운 설렘을 드러냈다. 영화를 통해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왓슨은 말을 아꼈지만 함께 참석한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은 “시리즈 시작부터 세 사람을 지켜봐왔다. 그들 모두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 다들 겸손하며 매사에 열심이다. 왓슨은 멋있는 여성으로 성장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인기 많은 상급생 케드릭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 속에서처럼 인기가 많은가… 잘 모르겠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라며 다소 수줍게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해리 포터의 마음을 사로잡는 초 챙을 연기한 중국계 영국인 케이티 렁은 아버지의 권유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며, 팬이었던 영화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한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날, 관객과의 만남이 있는 레드 카펫 행사를 마친 뒤 이들은 오사카에서 기자회견을 한번 더 갖고 미국과 영국으로 흩어질 예정이다. 미국에서 시리즈 역대 최고 성적으로 데뷔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12월1일 국내 개봉예정이며, 2007년 2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마이크 뉴웰 감독 인터뷰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영화 촬영 중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가.

=어려운 점이 있었냐고? 당신 제정신인가? (웃음)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일단,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이들이 법적으로 4시간15분 이상 촬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했다. 나는 즉흥성을 사랑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70∼80일 정도 촬영하지만, 그보다 3배 가까운 180∼90일간 촬영했다.

-삭제장면 중 아쉬운 장면은 무엇이 있는가.

=두 장면이 있다. 무도회 장면에서 우리는 록밴드를 초청했었다. 저비스 코커와 라디오헤드가 등장하는. 다만 그 장면이 전체 흐름을 끊는 것 같아서 삭제했다. 두 번째 장면은 우아한 여학생과 우람한 남학생들이 호그와트를 찾는 대목에서 영국 아이들이 대책없이 엉망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지만, 너무 길어져서 삭제했다. 두 장면 모두 DVD에 나온다.

-판타지영화, 연작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은 어떻게 발휘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 영화가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사실적이기를 원했다. 대안적인 세계지만 진실인 세계라고. 이 세계가 진실이기를 원했고, 용도 진짜라고 생각했다. 용이 해리를 쫓을 때 그건 진짜다. 나는 마술적인 것보다 인간적인 것을 원했다.

-다시 <해리 포터>를 감독할 의향은.

=이 영화는 나를 2년 반 동안 묶어두었다. 하지만 마지막 편이라면 감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물론 영화사에서 내게 제안을 해야겠지만. (웃음)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 인터뷰

“<해리 포터>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헤르미온느 역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은.

=원래 헤르미온느 팬이었다. 권마다 여러 번 읽었고,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하고 있었다. 그외에 특별한 건 없다.

-어린 나이에 유명스타가 되었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은 가족,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 학생으로서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줄었다. 십대의 일상적인 생활도 못하는 게 많다. 공인으로서 책임이 많기 때문이다. 얻은 것은 뛰어나고 재능있는 배우들과 감독들, 제작진과 함께 일하게 된 것. 여러 곳으로 여행다니는 것도 좋다. 팬들의 성원도 큰 선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인생에서 갖는 의미는.

=일단 이야기 자체가 아주 멋지고 훌륭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해리 포터>를 읽어주었다. 나는 <해리 포터> 이야기를 사랑한다. 영화 속에 마술적 요소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도 어렸을 때부터 날 끌어당겼다. <해리 포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던 아이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해리 포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시사회 때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거나, 눈이 오나 밤이 오나 극장 앞에서 밤새워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다. 행복하다.

-영화 속에서 론과의 로맨스가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웃음) 오빠 같다. 친구이지 실제로 그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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