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의 B딱하게 보기]
[B딱하게 보기] 아이들을 위한 독약, <강철의 연금술사>
2005-12-02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TV시리즈 <강철의 연금술사>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마지막은 일종의 평행우주로 결말을 짓는다. 아직도 창창대로인 원작만화는 다르겠지만, 선택과 책임을 말해왔던 <강철의 연금술사>로서는 나름 타당한 결말이었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하여 ‘자신의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고,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을 말한다. 평행우주는, 일종의 자기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우주를 만든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최근 나오는 소년만화 중에서는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원피스>가 소년만화의 필수 요소를 극한까지 밀고 나간 걸작이라면, <강철의 연금술사>는 성인만화의 주제를 소년만화에 끌어들여 그 세계를 확장시킨 걸작이다. 에드와 알은, SF호러영화의 단골 캐릭터인 ‘미친 과학자’와 유사하다. 그들은 죽은 어머니를 보고 싶어 인체 연성을 시도하고, 지옥을 맛본다. 알의 육체는 사라지고, 에드는 자신의 팔을 희생하여 알의 영혼을 갑옷에 정착시킨다. ‘눈앞에 가능성이 있으니까 시험해봤다. 아무리 그게 금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시험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에드와 알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세계관인 ‘연금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의 공정한 거래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것과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철저한 인과응보의 세계다.

그런데, 그걸 아이들이 알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만 먹여야 한다는 말처럼, 아이들에게는 밝고 따뜻한 것들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어른이 되면, 이 잔혹한 세상과 직면해야 할 텐데, 미리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나는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굳이 눈을 부릅뜨고 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현실을 감추지는 말아야 한다. <테이큰>에 나오는 독백처럼 ‘아이들이 반항하게 되는 것은 어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니까.

<강철의 연금술사>는 판타지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한다. 인간, 선과 악, 죽음, 금기, 희생에 얽힌 이야기를 과감하게 풀어놓는 <강철의 연금술사>는 소년만화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와 인생의 법칙을 설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게 매력이다. ‘피는 피를, 증오는 증오를 부추겨. 부풀어오른 강대한 에너지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피의 문양을 새긴다. 몇번을 되풀이해도 학습을 몰라. 인간이란 어리석고 슬픈 생물이지.’ 이 대사의 의미를, 아이들이 분명하게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도 알고 있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이 세계를 감싸고 있는 공기의 흐름과 느낌을. 모르는 것은 오히려 어른들이 아닐까. 자신의 편견으로 눈이 멀어버린 청맹과니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 전체의 진실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행한 말과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연한 법칙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니 인간으로서 필요한 것은, 그 정도면 된다. 인간이란 숱한 유혹에 흔들리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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