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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주연배우 커크 더글러스보다 조연을 맡은 세 여배우가 눈에 더 밟히는 작품이다. 엘레노어 파커와 캐시 오도넬은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1955)와 <그들은 밤에 산다>(1948)에서의 역이 워낙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인데, 한 여자는 거짓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다 몸을 던져 죽는 인물로, 다른 여자는 연인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봐야 했던 비운의 인물로 등장했다.
우연인지 <형사 이야기>에서도 두 여배우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파커는 비밀을 숨긴 채 결혼을 유지하려는 메리 역을 맡았으며, 오도넬은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사랑하는 가련한 수잔으로 분했다. 다행이라면 결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 메리는 구제불능인 남편을 당당히 떠나며, 수잔은 연인과의 미래를 약속받는다. 반면 리 그랜트는 갓 데뷔한 조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1960년대까지 영화에 제대로 출연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형사 이야기>는 영광과 불운의 교차점이었던 셈이다.
뉴욕 경찰 21관구 강력계. 만화 <딕 트레이시>의 주인공은 양방향 무전기를 뽐내며 수사를 진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경찰들은 청소부로부터 ‘사기꾼’ 소리를 듣는 신세다. 시드니 킹슬리의 희곡에 바탕을 둔 <형사 이야기>는 일상의 피곤에 지친 그들에게 다가온 우울한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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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에선 흔하디 흔한 과격한 형사의 선배격인 짐은 오늘도 범인을 끌고 등장한다. 그는 범죄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타협이라곤 모르는 인물. 그가 범죄자를 차갑게 다루는 건 어릴 적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와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죽은 어머니가 안겨준 고통 때문이라는 설정은 지금 보면 상당히 낡아 보인다. 그러나 아버지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악마가 되어 죽음을 향해 한발씩 다가서는 그는 고전적 비극의 주인공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마리아(메리)를 옆에 두고도 구원받지 못한 남자였다.
<형사 이야기>는 윌리엄 와일러 작품의 특색인 심도 깊은 화면이 즐겨 보이는 영화 중 한편이어서 좁은 경찰서 내부에서 각각의 인물들의 위치가 만들어내는 화면구도는 인물간 심리의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바로 앞에서 움직이는 듯한 운동감을 보여준다. 뛰어나게 복원된 DVD 영상은 그 감상을 완벽하게 뒷받침하지만 이 DVD에는 놀랍게도 부록으로 예고편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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