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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이야기> 냉혈한 형사 이야기의 대명사
2005-12-08
글 : ibuti

<형사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주연배우 커크 더글러스보다 조연을 맡은 세 여배우가 눈에 더 밟히는 작품이다. 엘레노어 파커와 캐시 오도넬은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1955)와 <그들은 밤에 산다>(1948)에서의 역이 워낙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인데, 한 여자는 거짓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다 몸을 던져 죽는 인물로, 다른 여자는 연인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봐야 했던 비운의 인물로 등장했다.

우연인지 <형사 이야기>에서도 두 여배우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파커는 비밀을 숨긴 채 결혼을 유지하려는 메리 역을 맡았으며, 오도넬은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사랑하는 가련한 수잔으로 분했다. 다행이라면 결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 메리는 구제불능인 남편을 당당히 떠나며, 수잔은 연인과의 미래를 약속받는다. 반면 리 그랜트는 갓 데뷔한 조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1960년대까지 영화에 제대로 출연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형사 이야기>는 영광과 불운의 교차점이었던 셈이다.

뉴욕 경찰 21관구 강력계. 만화 <딕 트레이시>의 주인공은 양방향 무전기를 뽐내며 수사를 진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경찰들은 청소부로부터 ‘사기꾼’ 소리를 듣는 신세다. 시드니 킹슬리의 희곡에 바탕을 둔 <형사 이야기>는 일상의 피곤에 지친 그들에게 다가온 우울한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요즘 영화에선 흔하디 흔한 과격한 형사의 선배격인 짐은 오늘도 범인을 끌고 등장한다. 그는 범죄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타협이라곤 모르는 인물. 그가 범죄자를 차갑게 다루는 건 어릴 적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와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죽은 어머니가 안겨준 고통 때문이라는 설정은 지금 보면 상당히 낡아 보인다. 그러나 아버지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악마가 되어 죽음을 향해 한발씩 다가서는 그는 고전적 비극의 주인공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마리아(메리)를 옆에 두고도 구원받지 못한 남자였다.

<형사 이야기>는 윌리엄 와일러 작품의 특색인 심도 깊은 화면이 즐겨 보이는 영화 중 한편이어서 좁은 경찰서 내부에서 각각의 인물들의 위치가 만들어내는 화면구도는 인물간 심리의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바로 앞에서 움직이는 듯한 운동감을 보여준다. 뛰어나게 복원된 DVD 영상은 그 감상을 완벽하게 뒷받침하지만 이 DVD에는 놀랍게도 부록으로 예고편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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