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도련님들의 야릇한 첫 경험, <음란서생> 촬영현장
2005-12-12
글 : 이다혜
사진 : 이혜정
한석규·이범수 주연의 코미디사극 <음란서생> 촬영현장

“이보게, 황가.” 카메라 뒤에 스탭과 함께 서 있는 이범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리면 유기전 문을 열던 오달수가 멈칫하며 돌아선다. “말 좀 물으세”라는 말에 오달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다 “저 황가 아닌뎁쇼?”라고 둘러댄다. 능청스런 오달수의 표정 때문에 누구 하나 웃을 법도 하건만 컷 사인이 날 때까지는 적막강산이다.

11월24일 양수리 종합촬영소 오픈 세트에서 공개된 <음란서생> 활영현장. 해가 떠도 꽤 쌀쌀한 날씨에 살수차를 동원해서 물을 뿌려가며 촬영하는 통에 한복 차림의 배우들이나 점퍼 차림의 스탭이나 추위에 꽁꽁 묶여 있다. 이날 촬영분은 명화 위조범을 잡기 위해 어명을 받들어 저잣거리로 나온 윤서(한석규)와 광헌(이범수)이 음란서적 배급업자인 황가(오달수)를 찾아오는 장면. 윤서와 황가가 처음 만나는 이 장면은 윤서가 음란서생으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되는 대목이다.

<음란서생>은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대본을 썼던 김대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조선시대를 살던 사대부 집안 자제인 윤서가 빼어난 글솜씨로 음란 서적 집필에 열중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왕의 총애를 받는 정빈(김민정)의 눈에 띄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내용. 제목 때문에 ‘음란’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받은 한석규는 “등장인물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처음 연출을 하게 된 김대우 감독은 혼자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메가폰을 잡은 소감에 대해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에서 교통정리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퓨전 사극이냐는 질문에 “퓨전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한 김대우 감독은 “그 당시의 물건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고증에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촬영분은 없었지만 기자간담회에 고운 한복 차림으로 나타난 김민정은 “출연진 중 여자가 혼자뿐”이라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70% 정도 촬영이 진행되었으며, 이범수의 표현을 빌려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하고 오면 금방 개봉”이라고 해도 좋을 1월 말경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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