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액션은 쉽고 결혼은 어렵다
2005-12-12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서로의 직업을 모르는 킬러 부부가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을 부부의 권태기 극복 과정과 절묘하게 연결한 영화다. 즉, 이 영화를 구성하는 두 축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여름용 액션 영화의 플롯과 마치 우디 앨런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플롯. 얼핏 이 둘은 한 편의 영화에서 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다.

그러나 첩보 액션 영화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맷 데이먼을 기용한 <본 아이덴티티>로 이미 한 번 성공을 거둔 덕 라이먼 감독에게는 생소한 작업이 아니었다. 사이먼 킨버그의 재치 넘치는 각본 역시 ‘전혀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수퍼 액션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트리플 엑스 2>와 상당한 접점을 갖고 있다. 이들이 DVD 음성해설에서 입을 모아 외치듯 ‘참신한 액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인물 조합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영화 개봉 당시 전 세계의 연예 관련 토픽을 독점하고 있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의 인지도와 함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물론 흥행에서도 멋지게 성공했다.


DVD에 실린 두 개의 음성해설(감독-각본가, 프로듀서들)을 들어 보면 피트-졸리 커플이라는 거물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인데다가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부족하여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의외로 많이 나온다. 물론 이 영화의 예산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액수이긴 하지만 두 배우의 출연료 등으로 빠진 액수로는 역시 부족했던 것일까. 따라서 제작진은 원래 계획보다 액션 장면의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사막에서 스미스 부부가 처음으로 충돌하는 시퀀스는 원래 산에서 벌어지는 더 큰 스케일의 장면이었고, 제인이 존을 차로 들이 받은 채 달리는 장면 역시 제대로 된 카 체이스였다고.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알겠지만, 예를 든 두 장면은 충분히 박진감 넘치고 이야기의 전환점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한다.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엄청나게 많은 돈과 사람들이 연관되는 작업. 이 현란한 북새통 속에서 영화가 산으로 가지 않고 핵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내공을 소모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제작진이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뻔하지 않은 액션 영화’라는 목표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가장 합리적인 것을 골라 실행하는 과정을 두 개의 음성해설을 통해 흥미롭게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DVD의 부록은 이 알짜배기 음성해설 외에는 그다지 볼 만한 것이 없다. 3개의 삭제 장면과 8분짜리 인터뷰와 제작 과정 영상(그것도 미국의 폭스 채널을 통해 방영된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부록의 기본인 예고편이 전부다. 그나마 음성해설의 정보량이 풍성한 관계로 어느 정도 빈 곳이 채워지는 느낌이기는 하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 치고는 다소 썰렁한 구성이다.

화질과 사운드는 크게 흠을 찾을 수 없는 훌륭한 수준. 특히 돌비 디지털 5.1 및 DTS의 2가지 포맷으로 제공되는 사운드는 굉장하다. 크게 4번 등장하는 주요 액션 시퀀스에서 제 역할을 120% 완수하는 것은 물론,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특히 스미스 부부가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탐색전을 벌이는 식사 장면에서는 나이프의 날이 스치는 소리나 식기를 식탁에 놓는 소리와 같은 평범한 효과음 자체가 장면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여 웬만한 요란한 효과음보다 훨씬 인상적이며, 사운드 설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덕 라이먼 감독 인터뷰
촬영 현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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