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서플먼트] 제작자의 만화사랑, <배트맨 앤솔로지 박스세트>
2005-12-1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만화 강좌 개설 당시의 마이클 유슬런.

할란 엘리슨은 미국의 독자적 예술로 재즈, 뮤지컬 등과 함께 ‘만화’를 꼽았다. 지금은 만화 역시 예술의 당당한 일부이자 소통의 매체로 인정받지만, 그러한 인식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반세기가 채 못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배트맨> 시리즈의 제작지휘자인 마이클 유슬런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인디애나대학에 최초로 만화 관련 강좌를 개설한 인물로, 그 이전까지 예술은커녕 ‘웃긴 책’, ‘싸구려 장르’ 정도의 취급만 받았던 만화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했다. <배트맨> 1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먼저 부각되는 사람도 유슬런인데 그가 만화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학장을 설득하던 과정이 정말 ‘걸작’이다. 그는 학장에게 ‘박해를 뚫고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켰던’ 성경의 모세 이야기를 말해달라고 한 뒤, 학장이 즐겨 읽는다는 슈퍼맨의 탄생 과정을 상기시킨다. 학장은 줄거리를 다 말하기도 전에 “강좌 개설을 허가하네”라고 설득당했다는 것. 유슬런의 강좌는 만화계의 환영을 받았고, 마침내 DC 코믹스에 스카우트된 그는 “배트맨을 심각하고 어두운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한다. 그것이 바로 <배트맨>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유슬런은 영화화를 통해 배트맨을 만화라는 틀에서 벗어나오게 하고 싶었다. 만화 캐릭터가 만화를 벗어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나 큰 일. 그러한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유슬런은 만화가 대중과 학계에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마블 코믹스의 스탠 리는 유슬런의 강좌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1980년대 초반에 그려졌던 <배트맨> 영화판의 설정 자료.

배트맨이야말로 고뇌하는 다크 히어로의 가장 유명한 상징이다.
유슬런이 학장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예는 슈퍼맨과 모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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