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킹콩, 위대한 고릴라 제왕의 연대기
2005-12-19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12월 14일,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킹콩>이 한국의 극장가를 찾았다. 잭슨이 어린 시절 오리지널 작품을 본 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답게 <킹콩>은 193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고, 그들 가운데 영화라는 길을 걷게 된 사람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70여년에 이르는 킹콩의 기나긴 역사는 다양한 속편과 관련작, 아류작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자체가 시각 효과와 장르 영화의 발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2005년 새롭게 탄생한 <킹콩>을 보러 가기 전에 이 거대한 고릴라가 만들어 온 연대기를 한 번 되짚어 보는 것도 한층 흥미로운 관람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아는가, 오늘 옆 자리에서 같이 영화를 본 그 사람이 훗날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을 지?

DVD 토픽에서는 지금까지 제작된 킹콩 관련 작품들에 관한 정보와 함께 해당 작품들의 DVD에 관한 간략한 소개를 추가했다. 작품 정보는 씨네 21 제532호의 기사 내용을 다시 실은 것이다.

<킹콩> King Kong (1933)

감독 : 메리언 C. 쿠퍼,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페이 레이, 로버트 암스트롱, 브루스 캐봇
흑백 / 100분 / 1.33대 1

<킹콩>은 탐험가 기질을 타고난 제작자 겸 감독 메리언 C. 쿠퍼가 창조한 작품이다. 일찍이 거친 탐험과 야생동물(특히 고릴라)에 깊은 흥미를 가졌던 그는 대공황의 절정에 직면해 있던 1930년대 초의 대중들을 현실 세계로부터 잠시나마 도피시켜 줄 오락 영화의 결정판을 만들고자 했다. 동료인 어니스트 B. 쇼드색과 함께 세계 각국 오지의 생생한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유명해진 쿠퍼는 <킹콩>에서 자신을 매료시켰던 모든 요소들을 펼쳐 보인다. 해골 섬으로 대표되는 미지의 땅으로의 모험담, 야수 콩이 상징하는 자연과 칼 데넘이 상징하는 문명과의 대립각, 콩과 금발의 미녀 앤 대로우가 연출하는 고전적인 미녀와 야수 플롯... 이 모든 것을 영상에 담아낸 작품은 당시로서는 거의 전례가 없었다.

또한 시각효과의 역사에 있어 <킹콩>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화다. <킹콩>이야말로 시각효과가 스토리를 이끌어간 거의 최초의 영화이자, 동시에 그것이 가장 완전한 형태로 구현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킹콩>의 주인공은 앤 대로우도 킹콩 자신도 아닌, 털가죽과 점토로 뒤덮인 철골 인형을 영상 위에서 날뛰는 거대 고릴라로 재탄생시킨 시각효과인 것이다. 이는 1925년 아서 코넌 도일의 소설을 각색한 <잃어버린 세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솜씨.

그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배면 투사, 매트 페인팅 등 당시에 가능했던 모든 기술효과를 총동원해 만들어 낸 <킹콩>의 환상적인 영상은 투박한 흑백 화면을 벗어나 관객들의 상상력과 센스 오브 원더를 자극하는 놀라운 박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킹콩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벌이는 격투 장면, 긴장감과 공포가 생생한 외나무다리 시퀀스, 성이 나 원주민 마을을 잔혹하게 파괴하는 콩의 묘사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의 장렬한 라스트 등은 그 하나하나가 고전이 되어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인용 및 재생산되었다.

또한 <킹콩>은 거대 괴수 영화의 시조로서도 가치가 높다. 공룡을 포함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거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는 물론 그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킹콩은 그들과는 차별된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가졌으며 괴수 캐릭터가 영화를 대표하는 역할을 처음으로 완수함으로써 이후 레이 해리하우젠의 창조물들이나 일본의 고지라와 가메라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 괴수 장르의 맹아가 된다.

약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1933년 3월 2일 공개된 <킹콩>은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작품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1991년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의 영구 보존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에는 미국 영화 연구소가 뽑은 역대 최고의 미국 영화 100편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킹콩>은 7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한 시절을 풍미한 영화로부터, 시각효과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고전이자, 거대 괴수 영화의 출발점을 거쳐 당당한 문화적 아이콘의 반열에까지 오른 것이다.

새로 출시된 특별판,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못 본다

국내에는 DVD 아카데미에서 지난 2003년 출시한 판본과 유니버설에서 2004년에 출시한 1976년판과의 합본(1933년판은 DVD 아카데미판과 동일 디스크), 이렇게 2가지 종류의 타이틀이 나와 있다. 국내판 타이틀은 독일판 DVD를 기초로 한 듯 타이틀이 독일어로 뜨며, 원본인 영어 더빙 외에도 독일어 더빙이 들어 있다. 30분짜리 메이킹 다큐멘터리도 수록되어 있어 염가판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충실한 사양.

기회가 된다면 지난 달 미국에서 발매된 2 디스크 특별판 DVD도 꼭 한 번 접해보기를 바란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기 때문에 원본 필름 자체의 열화 흔적을 지우지는 못했지만, 리마스터링을 통해 화질과 사운드가 더욱 향상되었으며 레이 해리하우젠과 영화 역사가들이 참여한 음성해설,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대단히 유익하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리메이크를 제작한 피터 잭슨과 웨타 디지털 팀이 직접 작업한 ‘거미 소굴 시퀀스’의 복원 영상. 거미 소굴 시퀀스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환상의 미공개 장면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것인데, 잭슨은 이를 각본을 바탕으로 1933년 제작 당시의 방법 그대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여 재구성했다. 그 결과는 ‘무조건 직접 보시라’는 말 한 마디로 설명되는 감동적인 수준. 팬 정신과 디지털 기술이 행복하게 만난 명장면이며, 킹콩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로서 손색이 없다.

환상의 거미 소굴 시퀀스

<콩의 아들> Son of Kong (1933)

감독 :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로버트 암스트롱, 헬렌 맥, 프랭크 라이커
흑백 / 70분 / 1.33대 1

<킹콩>의 대성공 직후, RKO는 쿠퍼에게 ‘연말 시즌을 목표로 가능한 한 빨리 속편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쿠퍼 역시 킹콩의 유명세가 식으면서 아류작이 난립하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속편 <콩의 아들>은 8개월 만에 신속히 만들어졌다.

칼 데넘 일행이 보물을 찾기 위해 해골 섬에 돌아가 킹콩의 아들 키코와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 이 속편은 흥행에도 성공했고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스톱 모션 시각 효과도 여전히 훌륭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그 이유로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강조된 코미디와 연결이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스토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무자비한 야성의 상징이었던 킹콩과는 달리 키코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온순하고 충성스러운 고릴라인데, 애교 있고 귀엽기는 하지만 전편에서 압도적인 박력을 내뿜었던 아버지만은 못했다. 킹콩을 이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인 데넘이 또 다시 자신의 이윤을 위해 섬에 돌아온다는 설정과 결말에서 키코가 그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내용도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같은 퀄리티 저하는 속편을 당연시하여 전편 이상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현재와는 달리 절반으로 깎인 예산과 촉박한 제작 스케줄 상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이와 같은 작품 내외적 한계 때문에 <콩의 아들>은 킹콩의 정사(正史)에 틀림없이 속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또한 이 같은 시행착오는 반세기 뒤 디 로렌티스판 리메이크의 속편인 <킹콩 2>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만다.

단순한 사양의 코드 1 DVD

지난 11월 <킹콩> 1933년판과 함께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DVD로 출시되었다. <킹콩> <마이티 조 영>과 함께 박스 세트로도 동시에 발매되었다. 부록은 예고편이 전부로, 전편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던 작품이라는 사실을 DVD의 사양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출시되어 있지 않다.

<마이티 조 영> Mighty Joe Young (1949)

감독 :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테리 무어, 벤 존슨, 로버트 암스트롱
흑백 / 94분 / 1.33대 1

<마이티 조 영> Mighty Joe Young (1998)

감독 : 론 언더우드
출연 : 빌 팩스턴, 샤를리즈 테론, 레이드 세베드지야
컬러 / 114분 / 1.85대 1

<마이티 조 영>은 <킹콩> 시리즈가 아니지만 메리언 C. 쿠퍼(제작), 어니스트 B. 쇼드색(감독), 윌리스 오브라이언(시각효과) 등 <킹콩>을 만들었던 여러 재능들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아울러 야성과 문명이 충돌한다는 주제 역시 <킹콩>의 변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상 함께 언급되곤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프리카에서 ‘조셉 영’이라는 이름의 고릴라와 함께 자란 소녀 질(테리 무어 분). 이 영화에서 그들은 칼 데넘처럼 탐욕스러운 흥행사 맥스 오하라(다름 아닌 데넘 역의 로버트 암스트롱이 연기했다)에게 발탁되어 할리우드의 호화 나이트클럽에서 서커스를 공연하지만 결국 탈출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킹콩>과 다른 점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해피 엔딩. 이 영화는 <킹콩> 이상으로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가 뛰어나며 무엇보다도 훨씬 발전된 시각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실사 캐릭터와 스톱 모션 캐릭터가 동작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 아프리카에서 카우보이들이 벌이는 조의 포획 작전, 조가 10명의 장사와 줄다리기를 벌이는 장면 등에서 이러한 효과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사람이 손수 모델의 자세를 바꿔야 하는 스톱 모션의 특성상 프레임마다 털의 모양이 달라졌던 <킹콩>과는 달리 <마이티 조 영>의 조는 표면에 고무를 입히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털의 재질감도 훨씬 리얼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오브라이언의 거듭된 실험의 결과로 한층 동작 묘사가 부드러워진 스톱 모션도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 영화는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조수로 참여하여 약 80%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소화해 낸 레이 해리하우젠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스톱 모션의 역사에 있어 의미가 깊다.

1998년에 제작된 리메이크는 배경이 현대로 옮겨진 것과 함께 질이 동물 보호론자로 설정이 바뀌었으며 그가 조와 함께 밀렵꾼들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불가사리>로 시각효과 영화를 체험했던 론 언더우드 감독이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였으며, 1976년판 <킹콩>과 <그레이스톡 타잔> <정글 속의 고릴라> 등을 통해 1급 특수 분장 전문가로 인정받은 릭 베이커가 수트메이션과 모델을 담당했다. 여기에 적절히 사용된 CG가 조화된 영상은 유인원 시각효과의 한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테리 무어와 해리하우젠이 남녀 주인공을 보며 ‘처음 만났을 때의 당신 모습이라오’ 라고 말하는 카메오 장면도 인상 깊다.

국내에서는 리메이크판만 볼 수 있다

1949년판은 <킹콩> <콩의 아들>과 함께 지난 11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DVD로 출시되었다. 레이 해리하우젠과 테리 무어, 시각효과 전문가 켄 랄스턴의 음성해설과 메이킹 다큐멘터리, 해리하우젠과 후배 스톱 모션 애니메이터 키오도 형제와의 대담, 예고편 등 훌륭한 부록을 수록했다. 본편 후반부의 화재 시퀀스가 원래 극장 상영 시의 세피아 톤으로 복원된 것 역시 특징. <킹콩> <콩의 아들>과 함께 박스 세트로도 동시에 발매되었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미출시.

1998년판은 브에나 비스타를 통해 국내에도 DVD가 나와 있다. 아쉽게도 아나모픽이 지원되지 않는 일반 레터박스 영상이다.

<킹콩 대 고지라> 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 (1962)

감독 : 혼다 이시로
출연 : 다카시마 다다오, 사하라 겐지, 아리시마 이치로
컬러 / 98분 / 2.35대 1

거대 괴수의 제왕 킹콩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고지라의 대결을 그려 큰 화제를 모았던 오락대작. 일본에서만 1,2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적으로도 고지라 시리즈의 대표작으로서 높은 지명도를 가진 작품이다. 시각효과 면에서는 오리지널 <킹콩>의 스톱 모션 대신 일본 특유의 수트메이션(배우가 괴수 옷을 입고 연기하는 기법)과 미니어처 특촬을 활용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못생긴 얼굴로 대표되는 킹콩 수트의 조악한 조형과 극중 킹콩이 고압전류를 씹어 대전체질로 변한다는 묘사, 신장 50m의 고지라에 맞추기 위해 터무니없이 거대화된 킹콩의 설정 등은 골수 킹콩 팬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킹콩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영화의 기원은 다름 아닌 윌리스 오브라이언.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가 재기를 준비하면서 기획했던 작품은 킹콩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증손자가 만든 합성괴수 깅코와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의 <킹콩 대 프로메테우스>였다. 오브라이언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프로듀서 존 벡과 함께 제작을 추진했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오브라이언은 배제된 채 작품의 아이디어만 일본의 도호 영화사까지 흘러가게 된 것. 결국 고지라 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발표된 <킹콩 대 고지라>는 오브라이언의 의도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진 작품이 되었고, 죽기 얼마 전에서야 자신의 아이디어가 엉뚱한 방향으로 튄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오브라이언의 상심은 대단히 컸다고 전해진다.

특촬 외의 인간 드라마는 괴수 대결 영화와 당시 일본에서 고도성장기의 애환을 그려 인기를 모았던 셀러리맨 영화의 플롯이 차용된 것이 특징. 캐릭터 묘사에 능한 혼다 이시로 감독의 연출과 세키자와 신이치 작가의 각본에 의해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결합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쓰부라야 에이지가 담당한 킹콩과 고지라의 코믹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대결 장면도 훌륭한 볼거리인 <킹콩 대 고지라>는 나름대로 현지화에 성공한 킹콩 영화의 방계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비싸지만 일본판이 그래도 낫다

DVD는 대표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출시되어 있는데, 일본판과 미국판의 본편 편집이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일본의 특촬 영화를 수입한 뒤 자국 관객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재편집 및 영어 더빙 처리를 하여 공개했는데, <킹콩 대 고지라>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도호 비디오 출시의 일본판(정가 6,300엔)은 음성해설과 예고편 등 기본적인 수준의 부록이 들어 있으며, 영상은 60년대 특유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느낌을 잘 살린 발색이 인상적이다. 유니버설 출시의 미국판(정가 10달러 이하)은 일본판에 비해 훨씬 선명도가 향상된 화질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지만 부록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킹콩 쇼> The King Kong Show (1966)

제작 : 아서 랜킨 주니어, 줄스 배스
출연 : 빌리 메이 리차즈, 칼 배너즈, 수잔 콘웨이
컬러 / 전 26화(편당 각 6분) / 1.33대 1

미국 ABC 채널을 통해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몬도 섬에서 연구 활동 중인 과학자 본드 교수 가족이 킹콩과 함께 다양한 모험과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모았으며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의 주제가가 인상적이다. 일본의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기준으로는 다소 어설프고 조악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친근감 있는 캐릭터들은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본령에 충실하다. 제작자 랜킨과 배스의 대표작으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단골로 방영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루돌프 사슴코>(1964)가 있는데, 이 작품은 2030세대들이라면 TV로 한 번씩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DVD

오랫동안 ‘잊혀진 작품’인 상태였던 <킹콩 쇼>는 2005년 11월 미국에서 DVD로 출시되었다. 소니 픽처스 계열의 클래식 미디어에서 발매되었는데, 파일럿 에피소드를 비롯한 총 10화를 제1, 2권에 나눠 수록했다. 제작 시기를 감안하면 양호한 영상과 사운드를 지원하고 있으며, 부록은 없지만 작품 자체만으로도 일견의 가치는 충분하다. 후속권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킹콩의 역습> キングコングの逆襲 (1967)

감독 : 혼다 이시로
출연 : 다카라다 아키라, 로즈 리즌, 아마모토 히데요
컬러 / 104분 / 2.35대 1

도호 창립 35주년 기념작. 킹콩의 새로운 실사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킹콩 쇼>의 랜킨-배스 프로덕션과 <킹콩 대 고지라>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도호의 의향이 접점을 이룬 작품이다. 원래 도호는 킹콩과 괴수 에비라가 대결한다는 내용의 <로빈슨 크루소 작전 킹콩 대 에비라>라는 각본을 제출했으나 기각되고, <킹콩 쇼>의 캐릭터와 설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각본이 채택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킹콩의 역습>이다.

본드 가족 대신 UN의 다국적 연구원들이 주인공이며, <킹콩 쇼>에 나왔던 악당 닥터 후와 그가 만든 로봇 고릴라인 메카니콩도 실사로 등장한다. <킹콩 대 고지라>와 마찬가지로 수트메이션과 미니어처 특촬이 사용되었으며, 특히 영화 초반부 킹콩과 T-렉스형 괴수 고로사우루스가 싸움을 벌이는 시퀀스는 특촬감독 쓰부라야 에이지의 오리지널 킹콩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긴 명장면.

이외에도 정교한 실사와 모델의 합성, 킹콩의 강력한 힘을 중량감 있는 영상에 담은 촬영 기법 등 전반적인 특촬의 질은 <킹콩 대 고지라>에 비해 훨씬 발전되어 있다. 닥터 후로 분한 성격 배우 아마모토 히데요, 마담 피라냐 역의 하마 미에(007 <두 번 산다>의 본드걸) 등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도 볼거리.

사양을 따진다면 일본판, 가격을 따진다면 미국판

<킹콩 대 고지라>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DVD가 출시된 상태.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서는 일본의 도호 비디오에서 출시한 일본판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무엇보다도 충실한 부록이 특징으로, 음성해설과 ‘도호 챔피언 마쓰리’ 흥행 시 공개된 단축판 본편, 귀중한 사진들이 많이 포함된 스냅 갤러리, 괴수 영화 전문가가 집필한 컬러 해설서 등은 정보량은 물론 자료적 가치도 뛰어나다.

유니버설 출시의 미국판은 <킹콩> 리메이크 공개에 편승하여 지난 11월 DVD로는 처음 발매되었다. <킹콩 대 고지라>와는 달리 <킹콩의 역습>의 미국판은 일본판과 편집상의 차이가 크지 않은 편. 리마스터링한 화질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다. 아쉽게도 부록은 없지만, 한화 6만원에 육박하는 일본판에 비해 1만원 전후면 구입이 가능하여, 가격 면에서 큰 이득이다. <킹콩 대 고지라>와 함께 저렴한 합본으로도 출시되어 있다.

<킹콩> King Kong (1976)

감독 : 존 길러민
출연 : 제프 브리지스, 제시카 랭, 찰스 그로딘
컬러 / 134분 / 2.35대 1

<킹콩 2> King Kong Lives (1986)

감독 : 존 길러민
출연 : 린다 해밀턴, 브라이언 커윈, 존 애쉬튼
컬러 / 105분 / 2.35대 1

<킹콩>의 대규모 리메이크 계획은 1976년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있었으나, <포세이돈 어드벤처>나 <타워링> 등 재난 영화가 한 때의 붐을 이뤘던 당시야말로 뉴욕에 나타난 거대한 고릴라의 난동을 다시 한 번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였을 것이다. 여기에 두둑한 배짱이라면 메리언 C. 쿠퍼에 지지 않을 명 프로듀서 디노 디 로렌티스가 나서면서 결국 1933년작 이후 첫 공식 리메이크인 1976년판 <킹콩>이 태어나게 된다.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가 배급했던 이 리메이크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화 판권을 사이에 둔 유니버설과의 혈투로 이미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며, 실물 크기의 ‘로봇 킹콩’이 등장한다는 홍보는 그 이상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부분의 리메이크가 그렇듯 오리지널에 비해 신선함과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점은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밋밋하게 늘어난 스토리에 2시간 14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너무 길었고, 시각효과는 오리지널보다 존재감이 훨씬 뚜렷했지만 그만큼 영상 표현의 자유도가 제한되었다. 실제 로봇 대신 릭 베이커가 고릴라 수트를 입고 연기한 장면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는 부분은 특히 혹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기계 장치를 통해 연출된 킹콩의 다양하고 리얼한 표정들과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인조 킹콩 팔의 완성도는 이 영화와 함께 쏟아졌던 숱한 아류작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났다. ‘내게 있어 오리지널 <킹콩>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존 길러민 감독의 말처럼 킹콩에 대한 재해석도 돋보이는데, 오리지널에서의 잔인무도한 야성 그 자체였던 킹콩이 보다 감정에 민감한 동물로 묘사된 부분은 이 작품만이 가진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존 배리의 서정적인 음악과 리차드 클라인의 촬영 등 당시나 지금이나 일급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즐길 거리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오리지널인 1933년판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관계로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영화를 통해 킹콩의 이미지가 각인된 팬들이 많다.

한편 <킹콩>의 속편인 <킹콩 2>에서는 전편에서 죽었다고 여겨졌던 킹콩이 10년 후 심장 이식 수술을 통해 부활한다. 여기에는 1982년 첫 개발에 성공한 인공심장이라는 과학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암컷 고릴라 ‘레이디 콩’이 등장하고 킹콩과 레이디 콩의 로맨스(!)를 도입한 방식은 1933년 당시 <킹콩>과 <콩의 아들>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고릴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그렇다.

시각 효과의 기법은 전편에서 사용된 방식을 대부분 재활용하고 있으나, 형편없이 깎인 예산 때문에 수트와 미니어처의 질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또한 10년 전의 감각 그대로 작품을 이끌어 간 존 길러민 감독의 연출은 엉성한 각본과 함께 부작용을 일으켜 결국 전편만큼의 중량감도, 시각적 쾌감도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많은 킹콩 팬들에게 죄의식을 동반한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1,000장짜리 한정판이 아직도 남아 있다! / 2편은 언제 나오나?

<킹콩>은 지난 2003년에 국내에 염가판 DVD로 출시된 것이 최초다.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지원되며, 예고편도 들어 있으나 아쉽게도 무판권 타이틀이므로 지금은 보기도 어렵거니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후 2004년에는 1933년판과 합본으로 유니버설에서 1,000장짜리 한정판 세트가 출시되었다. 화질과 사운드는 평균 수준이며, 자막 번역이 훌륭한 편이지만 아쉽게도 부록이 들어 있지 않다. 한정판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재고가 있는 샵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킹콩 2>는 국내 미출시.

<킹콩의 대역습> A*P*E (1976)

감독 : 폴 레더
출연 : 로드 애런츠, 조애나 컨스, 이낙훈
컬러 / 87분 / 2.35대 1

<킹콩>의 아류작들 가운데 거의 최하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문제작(?). 제목부터 디 로렌티스의 <킹콩> 리메이크로 조성된 ‘킹콩 붐’에 편승하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미 합작으로 제작되어 이낙훈, 우연정, 조춘 등의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것은 물론 대부분의 장면이 한국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1960년대 이후 근근이 이어져 온 한국 괴수 영화의 계보에도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하나, 아쉽게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논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스톱 모션을 활용하는 대신 배우가 괴수 수트를 입는 수트메이션 기법이 채택되었는데, 조악하기 짝이 없는 수트는 관객들이 고릴라로 감정이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며, 상어 시체를 물에 헹구는 것을 대결 장면이라고 찍어놓은 꼴이나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고릴라의 황당한 모습 등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3D 입체 영화로 제작되어 카메라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병사의 커트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영화만을 즐기는 팬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평범한 관객들까지 굳이 찾아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중들에게 ‘킹콩은 유치한 괴수 영화’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이런 터무니없는 영화들의 잘못이 크다.

굳이 미국판 DVD까지 구해 볼 필요까지는...

한미 합작 영화지만 DVD는 미국에만 출시되어 있다. 이미지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하였으며, 본편만 달랑 들어 있다. 물론 영어 더빙만 지원.

<퀸콩> Queen Kong (1976)

감독 : 프랭크 애그러머
출연 : 로빈 애스크윗, 룰라 랜스카, 밸러리 리온
컬러 / 85분 / 1.85대 1

제목 그대로 ‘<킹콩>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주요 캐릭터의 성을 오리지널과 정반대로 바뀌버린 것이 특징이다. 유방이 달린 암컷 거대 고릴라가 남성 캐릭터를 납치하며, 그 남성 캐릭터는 여성 감독의 구애를 뿌리치고 갖은 고생 끝에 고릴라와 행복하게 잘 산다는 줄거리.

이 쯤 되면 ‘여성 버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패러디에 가까운 수준인데, 여기에 실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뮤지컬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황당함은 점차 더해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설득으로 런던 시내(그렇다, 이번에는 고릴라가 빅 벤에 매달린다)의 모든 여성들이 ‘여성 해방’ 등의 푯말을 들고 고릴라를 응원하는 것으로 끝난다.

액션보다는 코미디와 개그에 치중하는 등 ‘한 번 놀아 보자’는 제작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저예산도 아니고 ‘무예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악한 영상과 허술한 연기, 뮤지컬이라고는 할 수 없는 최악의 노래 등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끝까지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작품을 심히 불쾌하게 여겼던 디노 디 로렌티스는 법원 명령을 통해 개봉을 막았으며 2001년이 되어서야 해금, 일본에서 최초로 극장 공개되었다. 미국에는 2003년에 DVD로 곧바로 출시되었다. 킹콩의 야사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이롭다.

DVD에 관심 갖기 전에, 일단 영화 끝까지 볼 각오부터 할 것!

일본판 DVD는 일본어 더빙과 함께 더빙 현장 스케치, 성우들의 개봉 첫날 무대 인사 장면, 예고편, TV 광고, 갤러리 등 분에 넘치는(?) 부록들이 수록되어 있다. 극장 공개 팸플릿이 포함된 한정판(!)까지 발매된 바 있다.

<성성왕> 猩猩王 (1977)

감독 : 하몽화
출연 : 이블린 크래프트, 이수현, 곡봉
컬러 / 87분 / 2.35대 1

홍콩 쇼 브라더스 최초의 본격 괴수 영화. 역시 70년대 말 ‘킹콩 붐’에 영향 받은 작품이기는 하나 다른 아류작들과는 달리 거대 ‘고릴라’가 아닌 거대 ‘북경원인’이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도 로케를 통해 현지의 이국적인 풍물과 코끼리, 호랑이, 코브라 등 맹수들의 활약을 화면에 담았으며 한국 관객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배우인 이수현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등 여타의 킹콩 관련작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분위기다.

특촬은 쓰부라야 에이지로부터 사사받은 아리카와 사다마사가 담당하였으며 훗날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특촬감독이 된 가와키타 고이치 등 일본 특촬계의 중진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홍콩 영화의 특징적인 빠른 장면 전환과 과장된 상황 연출, 의외의 잔혹한 유혈 묘사 등으로 인해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극중 북경원인의 친구인 야생의 미소녀 이블린 크래프트의 요염한 자태는 관객들은 물론 촬영 스탭들까지도 침 흘리게 했다는 후문.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상영된 바 있다.

의외로 일본판이 홍콩판보다 더 빵빵하다

쇼 브라더스 작품으로 홍콩의 셀레스철 픽처스 레이블을 통해 영어 자막이 수록된 DVD가 출시되었으며, 일본 스탭이 특촬을 담당한 작품답게 일본판 DVD(<북경원인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는 음성해설과 메이킹 다큐멘터리, 특제 해설서 등이 들어가 본고장보다 훨씬 풍성한 사양이다. 또한 1981년 TV 방영 당시의 일본어 더빙까지 수록되어 일본의 자료 보존 능력에 감탄까지 할 정도.

피터 잭슨의 킹콩 제작 노트 King Kong: Peter Jackson's Production Diary (2004)

컬러 / 216분 / 1.78대 1

피터 잭슨의 리메이크 제작 과정을 담은 DVD로, 원래는 공식 팬 사이트 kongisking.net을 통해 공개된 웹 다큐멘터리들을 모은 것이다. 단순히 제작 현장만을 스케치한 것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의 특성을 살려 전 세계의 팬들로부터 의견을 수집, 내용에 이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프로덕션 디자인의 개념이나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의 종류를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다면 이를 다음 회에서 다루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촬영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팬들의 흥미를 고조시켜 그 내용을 더욱 알차게 했으며, 영화 제작진과 팬들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방향을 모색한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DVD는 지난 12월 13일 유니버설을 통해 미국에서 출시되었으며, 14일에는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아직 웹사이트를 통해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가급적 영화를 먼저 본 다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부록 : 불발된 킹콩 프로젝트들

워낙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답게 ‘킹콩’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화계를 떠돌았던 미완성 프로젝트들도 수 없이 많았다. 킹콩의 아버지인 쿠퍼와 쇼드색조차 <콩의 아들>의 속편인 <킹콩의 새로운 모험>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1편의 시점으로 데넘 일행이 킹콩을 뉴욕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쿠퍼는 자신이 개발한 시네라마 기술을 활용한 킹콩 영화를 구상하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킹콩의 명성을 함부로 망치지 못하도록 ‘노 리메이크’ 선언을 했다.

이 때문에 1973년 그가 죽기 전까지 많은 기획안들이 무산되었다. 영국 공포 영화의 명가 해머에서는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유니버설 몬스터의 리메이크에 이은 <킹콩>의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1970년대 초 스톱 모션 애니메이터 짐 댄포스는 당시 퍼블릭 도메인이었던 <킹콩> 소설판의 영화화를 추진했는데 RKO의 이의 제기로 무산되었다. B급 영화의 대부로 잘 알려진 로저 코먼도 1976년작 리메이크의 판권을 둘러싼 북새통을 틈타 한 몫 챙기려 했고, 1990년대 초반에는 도호에서 <킹콩 대 고지라>의 리메이크를 검토하기도 했다. 리메이크의 배턴이 피터 잭슨에게 떨어지기 전 거론된 감독으로는 존 랜디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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