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정리하는 12월, 캐나다 영화계의 우울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CanWest News Service>에 영화평론가이자 작가인 캐서린 몬크가 기고한 결산 기사를 보면, 올 한해 동안 캐나다영화는 전체적으로 너무 평범하거나 너무 제멋대로이거나 심하게는 형편없는 것(들)이었다는 가차없는 평이다. 그 틈새에서 찾은 희망이라면 3대 영화제인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영화제에 많은 수의 캐나다영화가 출품되었고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드물게 보여준 가능성이랄까. 또는 아톰 에고이얀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가 보여준 배급력이 그나마 올해의 발견이랄 수 있겠다. 전체적인 제작이 늘어나고 재능있는 감독들과 스탭들의 노력으로 제작분야에서 가까스로 B+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올해 최고의 영화라 감히 말할 수 있으며, 오스카의 외국어영화상을 노리고 있는 <C.R.A.Z.Y.>의 맹활약으로 프랑스영화 부문은 최고의 성적인 A+를 받아냈다.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민망하게도 C-의 성적에 그쳤는데 그 이유가 어이없게도 가부장적인 주제를 드러내는 영화가 많았다는 것이다. 과연 자유와 보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인가. 지역의 접근성 문제는 자금조달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그럼에도 서부해안 지역에서의 나름 활발한 영화제작을 칭찬하는 분위기에서 B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재정 문제와 판매 부분에서는 거의 실패에 가까운 C 내지 D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물줄기인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거나 퀘벡지역에서는 그나마 상업적인 영화제작이 성공적이었던 반면 영어권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해 노력요함 성적을 받는 데 그치고 말았다. 바야흐로 새로운 대안법이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체적인 올해의 캐나다 영화제작에 관한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씩 인지도를 얻어가거나 해외로 판매되는 일군의 영화들로 인해 내년을 기대해볼 희망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