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반지의 제왕> 골룸과 킹콩을 연기한 남자
2005-12-22
글 : 한청남

피터 잭슨의 <킹콩>을 보면서 가장 놀라왔던 것은 디지털 캐릭터인 킹콩이 마치 실제로 살아 숨쉬는 존재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 생생한 표정 연기와 감정이 담긴 동작은 모션캡쳐를 담당한 배우 앤디 서키스의 공으로써, 그는 촬영 이전부터 야생의 고릴라들과 접촉해 그들의 습성을 연구했다고 한다.

피터 잭슨이 그를 신뢰하게 된 것은 너무도 유명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기했을 때부터인데, 그에 관한 에피소드는 <두 개의 탑> 확장판 DVD 중에서 ‘골룸’ 항목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당초 제작진들은 골룸을 3D 캐릭터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앤디 서키스를 단순히 성우로만 캐스팅하려고 했다. 앤디 서키스 역시 목소리 연기만을 한다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원작을 읽어보고 골룸이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돼 오디션에 응했다고. 피터 잭슨 앞에서 특유의 가래 끓는 목소리를 침을 튀겨가며 열연했던 그는 골룸 역을 따내게 되고 더 나아가 골룸의 동작과 표정 연기까지 담당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촬영팀에 합류한 앤디 서키스는 엘리야 우드, 숀 어스틴 등 상대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을 주려고 성도착자 같은 스판덱스 복장을 입고 촬영장을 배회하는가 하면, 3D 애니메이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 몸에 수백 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원맨쇼를 펼치기도 했다. 결국 제작진은 그의 캐릭터를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수년 여에 걸쳐 발전시켜왔던 골룸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파기하고 새로운 골룸을 디자인하기에 이른다.

촬영 당시 앤디 서키스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영화 속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적잖이 실망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그의 노력이 작품의 완성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피터 잭슨의 표정까지 고려한 오리지널 골룸 디자인
앤디 서키스가 캐스팅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촬영 현장에서의 앤디 서키스
모션캡쳐 복장을 입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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