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은 누군가 <킹콩> 촬영장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알게 되는데, 추적 끝에 그가 마법사 ‘간달프’임을 밝혀낸다. 마침내 현장에서 간달프를 발견한 스탭은 그를 맹렬히 뒤쫓는데, 갑자기 그가 지팡이에서 발사한 전격을 맞아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는 섀도팩스도 아닌,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간달프…. 이것은 <킹콩>의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전달하는 수많은 재미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제작과정의 기술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재미있는 장난도 쳐보자는 것. 그런데 그 스케일이 거의 킹콩만하다. 촬영 마지막 주에 접어든 잭슨은 ‘이쯤 되면 다 지친다. 하지만 나름대로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마침 촬영차 뉴질랜드에 온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을 하루씩 불러 대신 영화를 찍게 한다. 잭슨이 낮잠을 자는 사이 이들은 촬영장에서 헤매거나(싱어), 킹콩과 앤 대로우의 역할을 바꾸어 찍는 등(다라본트)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매일 마주치는 메이킹 스탭들에 신경이 쓰이다 못한 앤디 서키스는 ‘내가 찍겠다’며 카메라를 슬쩍 훔쳐 그동안 불만에 쌓여 있던 스탭들의 인터뷰를 모으기도 한다. 그리고 실은 <킹콩>이 계획된 3부작이었다며 그럴듯한 설정 자료와 배우, 스탭들의 비장한 각오를 들려주기도 한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날조다. 하지만 밋밋해질 수 있는 내용을 더 재미있게 보게끔 하는 훌륭한 농담이며, 살 떨리는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고자 하는 노력인 동시에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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