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연인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까, <도마뱀> 촬영현장
2006-01-09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정체가 뭔데?” “외계인이오!” 초밥을 앞에 두고 수상한 대화가 오간다. 30평 남짓한 초밥집 세트에 배우와 스탭이 북적거리는 이곳은 <도마뱀>의 파주 촬영현장이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조강(조승우)과 담요를 뒤집어쓰고 눈을 반짝거리는 아리(강혜정)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오늘 촬영은 고등학교 이후 8년 만에 아리를 만난 조강이 아버지(강신일)와 그녀를 상면시키는 장면이다. 유난히 초밥을 좋아하는 아리와 그녀를 위해 초밥집을 차리는 조강의 후반부 전개를 감안하면 중요한 촬영분량이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실미도> 조감독을 거쳐 <도마뱀>의 메가폰을 잡은 강지은 감독은 공개된 다섯컷을 찍는 동안 어떤 컷도 세 테이크를 넘기지 않는 기민함을 보였다. 강지은 감독은 “강우석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도마뱀>과 <공공의 적2> 시나리오를 내미셨다. 특별히 멜로에 끌리기보다는 독특한 시나리오의 느낌 때문에 연출을 결정했다”고 했다. <도마뱀>은 <시실리 2km>를 집필한 황인호 작가의 <아리조강 납치사건>을 모태로 한 작품이다. 20년 동안 3번을 스쳐 지나가며 만나는 조강과 아리의 관계는 에피소드 중심의 일반적인 멜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를 강혜정은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사랑하기보다는 이면에 본심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라 더 진솔하고 애절하다”라고 설명했다.

강 감독이 액션을 외치면 소리가 날카롭게 메아리칠 정도로 조용한 현장이다. 현장모니터의 뒤편에는 아리의 어린 친구인 변자(박신애)와 그녀와 함께 기거하던 병실 세트가 지어져 있다. 아리에게 변자가 있다면 순정남 조강에게는 은행 선배인 준철(정성화)이 함께한다. 조승우는 “현장에서 잘 웃지 않는 편인데 정성화 선배와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웃느라 NG도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촬영이 재개되면 <소양강처녀>의 노랫가락이 울려퍼지고, 다시 조강의 아버지와 아리의 뜬금없는 대화는 계속된다. 초밥집 설정을 위해 세트 오른편에서는 황인선 요리사가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고 있다. 현재 90% 촬영을 마친 <도마뱀>은 1월9일 크랭크업하여 4월5일에 개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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