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챕터별로 학습하자! 싸부 생활백서
2006-01-16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영화 속엔 ‘싸부’가 넘쳐난다. 아무리 문제아라도, 아무리 힘이 없어도,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그들과 만나기만 하면 새로운(궁극적으로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싸부’들은 별로 없다. 만나기도 힘들다. 그래서 정리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모시고 싶은 ‘싸부’들의 특징을. 뭐 따라해보며 스스로 ‘싸부’가 돼도 좋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비슷한 사람을 찾아 ‘싸부’로 모셔도 괜찮다.

챕터1 - 싸부의 정의

[싸부 생활백서1-비슷한 말] 고수, 영웅, 지존, 신 등 여러 단계가 있지만 이중 최고는 단연 ‘싸부’. 되도록 산속, 지하실 등지에 숨어 지내려고 노력함. 전문용어로 은둔생활. 하지만 타고난 재능 때문에 발각되는 경우가 다반사. ‘싸움의 달인’ 오판수(백윤식)의 경우 후미진 독서실의 독방에서 숨어 지내지만 이내 들켜 골치 아픈 수제자까지 들이게 된다. (참고 문헌: <싸움의 기술> <쿵푸 허슬>)

[싸부 생활백서2-반대말] 제자. 하수. ‘보통’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은 신기하게도 천재의 기질도 가지고 태어남. 하여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주는 훌륭한 ‘싸부’를 만나면 개과천선하는 경우가 많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스승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딴사람이 된 <굿 윌 헌팅>의 문제아 윌(맷 데이먼)이 바로 그 경우. (참고 문헌: <굿 윌 헌팅>)

[싸부 생활백서3-특징] 궁지에 몰린 수제자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혹은 이권)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어수룩한 수제자 때문에 대신 칼 맞아 죽은 싸부들이 많다. 하지만 평소에는 속세에 물들어 지내길 좋아한다. 돈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고! (참고 문헌: <선생 김봉두> <취권>)

[싸부 생활백서4-하는 일] 일반인들이 모르는 수많은 기운(머리에 쟁반 5개 올리고 걷기, 자기 몸보다 무거운 짐 들기, 고층 빌딩 유리창 청소하기 등)들을 깨워서 사람들을 올바른 곳으로 가게 해줌. 통찰력이 뛰어난 이들이 많아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미결 사건의 조언자로 활동하기도 함. 개중에는 대세의 흐름에 맞춘답시고 ‘700 서비스’에서 주역풀이를 하거나, 방송 같은 데 출연해 일반인의 눈을 번뜩이게 하기도 함. (참고 문헌: <아라한 장풍 대작전> <레드 드래곤>)

챕터2 - 싸부 따라잡기

[싸부 생활백서5-요건] 불완전한 상대를 평온한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내심. ‘말빨’, ‘장풍’, ‘공중부양’ 등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참고 문헌: <굿 윌 헌팅> <식신>)

[싸부 생활백서6-수련] 수련 중 최고는 역시 산에서 하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바쁜 때 산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힘들다. 그까이 거 그냥 대∼충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명상하면 된다. 요가의 기묘한 동작을 간혹 선보여주면 더욱 좋다. (참고 문헌: <아라한 장풍 대작전>)

[싸부 생활백서7-폼생폼사] 칼, 도끼 등 살생무기를 들고 반항(대항)하는 이들 앞에서 겁먹지 않고 폼나게 협박할 줄 아는 자세. 참고 말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지.” “너 나 한번 더 건들면, 그땐 피똥싼다.” 등.

[싸부 생활백서8-공복] “도 닦는 게 공부한다는 거야. 공부하는 게 등 따숩고 배부르면 되겠냐. 다 자기가 절실해야 배우는 거지!” 순경 상환(류승범)은 이렇게 배고픔을 견디고 견뎌 마루치로 거듭났다. 싸부가 되는 데 공복은 필수코스, 생식은 충분조건이다.

[싸부 생활백서9-칭찬] 일취월장하는 제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가 진정한 싸부다. 하지만 너무 대놓고, 티나게 하진 않는 것이 포인트. 가장 좋은 싸부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로도, 그저 옆에 있다는 것 하나로도 든든해지는 인물이다. 여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제자를 위해 보이지 않는 배려(상대 여성의 특징 대신 파악, 공연 티켓 대신 예약 등)를 해주었던 히치(윌 스미스)는 2006년 외롭게 시작한 이들이 받들어야 할 싸부다. (참고 문헌: <Mr.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싸부 생활백서10-봉투] ‘아버지는 망하셨네, 인생을 즐기다’ 꼴이 되지 않으려면 ‘김봉두 싸부’처럼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에요”라는 말을 얼굴 붉히지 않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봉투의 두께에 따라 수업의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 두꺼운 봉투를 만드는 데 가장 효과가 좋다. 역시 김봉두 싸부가 즐겨쓰는 수법.

챕터3 - 싸부, 생활 속 발견

[싸부 생활백서11-공중부양] 생활에 써 먹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기술. 형광등 달 때 공중 부양 기술을 사용하면 의자를 찾고, 가져오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참고 문헌: <아라한 장풍 대작전>)

[싸부 생활백서12-장풍] 실전 싸움에 매우 유익한 기술. 애석하게도 장풍만 따로 가르쳐주는 사설학원은 아직 없다. 하지만 돈 좀 있다면 ‘대세에 쉽게 부응하는’ 싸부들에게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바람 크기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주의: 부작용, 집 안에서 함부로 사용했다간 유리창 수십개 갈아야 할지 모른다. 멀쩡한 인간한테 잘못 쐈다간 사람구실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싸부 생활백서13-주먹질] 실전 싸움에 엄청 유익한 두 번째 기술. 역시 집안에 돈 좀 있어야 배울 수 있다. 주먹질하고 싸우려면 돈 엄청 든다. 맞은 이 치료비 정도는 부담하겠다는 ‘이타심’이 있어야 나가는 주먹에 자유롭게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싸부 생활백서14-사자후]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고, 한번 사용한 뒤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효과는 매우 확실한 권법. 뜨거운 모래를 손바닥으로 치는 연습을 통해 기른 손바닥 힘으로 땅을 한번 치며 사용하면 더욱 좋다. 너무 가난해서 뺏길 것도 없는 하층민이 평화롭게 모여사는 ‘돼지촌’의 여주인이 그 사례.

챕터4 - 싸부 어록, 생활에 응용편

[싸부 생활백서15-김봉두] “그 연세에 배우셔서 뭐하게요, 그냥 사시던 대로 사세요.” 학구열에 불타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도움을 뿌리치기 위해 아예 그들의 사기를 끊어놓는 말. 뻔뻔하게 할수록 효과는 크다.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묻어나면 혼은 혼대로 나고, 어르신들의 ‘시다바리’ 노릇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싸부 생활백서16-숀] “그래서 내가 너더러 어린애라는 거야. 넌 네가 뭘 지껄이는지도 모르고 있어.” 현란한 말솜씨로 툭하면 싸부를 무시하는 제자를 만났을 때 하는 말.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는 이들에게 쓰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싸부 생활백서17-히치] “거짓말할 거라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 하기. 도둑질할 거라면 악덕회사에서 하기. 사기칠 거라면 죽은 사람한테 하기. 술 마셔야 한다면 그 순간에만 마시기.” 매우 다양한 시추에이션에서 자신을 옹호할 수 있는 멘트.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써먹으면 특히 좋다. 단, 동성 앞에서 했다간 이상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싸부 생활백서18-아라치] “야, 내가 너 같은 애 때문에 만날 이렇게 뛰어다녀야겠냐!” 센스 없는 상대에게 공치사하고 싶을 때 하면 좋은 말. 멍든 다리라든가, 부러진 팔, 등보다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주며 사용하면 제아무리 ‘센스지수 0’인 사람이라도 다 알아듣는다.

[싸부 생활백서19-오판수] “싸움에는 룰이 없는 거야!” 세인의 눈을 피해 반칙하다 걸렸을 때 하는 말. 이긴 자만 살아남는 냉혹한 고수들의 세계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 불명예를 면할 수 있다.

[싸부 생활백서20-한니발 렉터] “목소리를 잃었군. 계약의 대가로는 가벼운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목소리가 되어주지.” 이른바 병주고 약주고 싶은 시추에이션에 쓰면 제격인 어휘.

챕터5 - 조심! ‘싸부폐인’

[싸부 생활백서21-‘무데뽀’ 정신] 상대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호통치거나 무시하게 되는 현상. 버릇(재수)없는 XX라는 욕을 얻어먹기 가장 좋은 경우다. (참고 문헌: <레드 드래곤>)

[싸부 생활백서22-사자성어] 아무 때나 사자성어로 말하려 드는 현상. 좀 심해지면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싸 짊어진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함.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천하를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소?” “길이 있는 한 언제나 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등의 멘트를 중얼거리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함.

[싸부 생활백서23-도(道)] 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아무나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게 됨. 산만 보면 (도 닦으러)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절에 가면 소림권법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기도 함. (참고 문헌: <소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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