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인이 된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잠시나마 저승에서 돌아온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 <환생>.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슴시린 드라마다. 하지만 DVD에 실린 제작진의 음성해설은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의 ‘버라이어티 만담계’에 가깝다. 진행자인 감독과 두명의 프로듀서는 ‘아, 이 장면 힘들었어요… 그래도 배우들이 참 잘해줬죠…’ 하면서 에피소드를 나열하다가도 조금만 틈이 나면 자화자찬으로 넘어간다. 재미있는 건 누가 조금 튀려고 하면 옆사람이 알아서 ‘다들 이 이야기하다가 왜 그리로 넘어가나요’라면서 계속 견제구를 날려준다는 점. 제일 많이 들리는 말이 “상관없는 말이지만…”이고 “음성해설이 아니라 반성하는 모임 같군요”, “자랑하자는 모임이군요”라는 자조적인 언급도 속출하니 말 다 한 거지. 이들에게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클라이맥스나 도처에 널린 최루성 시퀀스가 아니라 아트 필름도 아닌데 배우들이 10초 동안 화면에서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공백’ 장면이다. “자, 드디어 나옵니다! 하나! 둘! 셋!” 하면서 카운트까지 해댄다. 도대체 뭐 하자는 음성해설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끝부분에 정리하면서 날리는 멘트는 의외로 진지하다. “개봉하기 전에는 평론가들이 별소리 다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큰소리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만들 땐 어떻게 했든간에 영화는 성공했잖아. 관객의 수준을 무시하는 오만한 평론가들에게 이렇게 한 맺힌 멘트로 복수하는 것(?)도 음성해설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일 테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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